‘치산치수(治山治水)’는 국가통치의 근간이다.단순히 ‘홍수나 산사태 등을 방지하여 수해(水害)를 예방하는 일’뿐만 아니라 몸과 마음의 안식처이자 치유처로 가꾸는 개념이다.왕조시대에도 치산치수는 통치의 기본이자 으뜸이었다.조시시대 가장 오랫동안 통치한 영조는 준천사와 개천도감을 설치하는 등 풍수해를 예방하는데 심혈을 기울여 성군으로 추앙받았다.현대에 이르러서도 기후변화와 재난재해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나라일수록 선진국 대접을 받는다.북한의 ‘산림녹화’가 중요한 이유.

북한 김정은위원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후대들에게 벌거숭이산,흙산을 넘겨줘선 안 된다”고 했다.실제로 그는 지난해 3월 김일성종합대학교에 산림과학대학을 신설,산림 녹화에 집념을 보였다.북한 전체 산림면적의 32%인 284만ha가 황폐해지면서 홍수와 산사태 등 사회·경제적 피해가 가중된데 따른 조치.실제로 북한을 다녀온 많은 국내외 인사들이 북한의 산림 파괴를 걱정한다.산림 황폐화와 재해,작황 저조,식량 부족,연료·식량 확보를 위한 추가적인 벌채와 개간 등 2·3차 피해가 이어지며 주민들의 삶이 크게 위협받고 있기 때문.

대한민국은 산림녹화에 성공한 대표적인 국가로 인정받는다.‘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라는 카피가 유행할 정도로 60~70년대 산림녹화는 성공적이었다.이러한 우리의 축적된 경험과 기술이 보태진다면 북한의 벌거숭이 산은 빠르게 복구될 것이다.문제는 그 원인과 처방.주민들이 산에서 연료(땔감)와 식량을 구하지 않아야 하고,숲의 기능과 역할을 이해해야 가능하다.북한의 산림복구에 우리와 국제사회의 조건 없는 ‘빅 푸쉬(Big Push·힘 실어주기)가 필요하다는 얘기.

어제(4일) 판문점에서 남북산림협력회담이 열렸다.산림협력 전반에 대해 의논하고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협의하기 위한 회담.이미 강원도는 2001년부터 2009년까지 9 년 연속 북강원도 금강산 일원에서 산림병해충 공동방제사업을 실시한 경험이 있다.이 같은 경험은 반드시 활용돼야 한다.독일의 생태학자 카롤라인 뫼링은 “독일 통일은 꿈처럼 갑자기 찾아왔다.음악과 스포츠 그리고 환경처럼 소프트한 분야부터 하나둘 교류하자 어느 순간 ‘통일’이 됐다”고 말했다.남북 공동의 ‘북한 산림녹화’에 거는 기대가 크다.한반도의 미래를 여는 꿈의 열쇠,그 것으로.

강병로 논설위원 brka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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