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말기 한국문학 지켜낸
심연수 시인 탄생 100주년

1.방대한 문학사료와 미공개 동시

2.습작노트 담은 문학의 꿈과 생애

3.편지 엽서 366점에 비친 강원인의 삶

4.근대사 조명과 문학사료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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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연수 시인(1918~1945)은 일제 말기 드물게 시조작품을 풍부하게 창작한 작가로 꼽힌다.1940년 5월 용정국민고등학교 4학년 재학 중 엮은 ‘무적보’라는 자필시조집은 수학여행길 갈피에서 세세하게 만난 고국의 산천과 마을,사람과 말씨등을 시상과 시어로 응축했다.

심연수가 밟았던 고국은 남한과 북한이 단절된 지금의 모습이 아니라 서울,개성,평양 대동강을 넘나드는 온전한 땅이었다.두만강을 넘어 고국 땅을 밟을 때의 순간을 포착한 ‘국경의 하로밤’,금강산 탐방을 눈앞에 두고 머문 유서깊은 온천지에서의 ‘온정리의 하로밤’ 그리고 ‘동해북부선 차안에서’의 시조는 세월을 훌쩍 건너 한반도 비핵화를 통한 평화교류시대를 열어가려는 지금의 정서와 의지를 담아낸 듯 유효하다.

‘심연수 시문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김해응 중국인민대학교 교수는 ‘심연수는 한반도 북부와 중국 동북지방을 코스로 하는 수학여행동안 다량의 기행시조를 남겼기 때문에 북한 학계에서도 관심갖는 인물로 2011년 평양 김일성종합대학교에서 열린 국제학술대회에서 심연수의 기행시조를 소개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심연수가 남긴 중학생 시절의 공책과 일기,편지와 엽서 등에는 일제가 괴뢰 만주국을 세운 이후에 세력을 뻗쳐 만주의 조선인 학생에게 일본사관을 주입하여 왜곡하는 황민화교육을 주입하고 창씨개명을 강제한 상황이 확인된다.심연수는 주입된 학습과 달리 서울을 방문했을 때는 조선말씨와 흰옷이 거리에 넘치는 것에 감탄한다.학교 지리교사는 ‘일본해’로 가르쳤으나 오히려 심연수는 ‘동해’라는 제목의 시조를 지었다.

평양 대동강에서는 단군과 주몽,개성에서는 왕건을 떠올리며 시조를 창작했다.‘신경’ ‘대지의 젊은이들’과 같은 일부 작품은 만주국 통치 이념이 포함돼있으나 주류는 조선인으로 깨어있으려는 정체성이 가득하다.학교측에서 일제가 강요하는 교육만 실시하지 않은 정황도 드러나는데 학교에서의 연극‘무영탑’을 통해서는 ‘역사상으로 사화상으로 우리는 이천여년 전 백제와 신라의 그 일을 극을 통해서 보게 되었다’고 밝히고있다.이 같은 소감은 심연수 개인이 아니라 당대 학생들의 보편적 인상으로 이해될 수 있다.

심연수는 용정의 또래와 마찬가지로 조선영화 감상을 열망하였는데 1939년 11월 19일 최인규 감독작 ‘국경’을 몰래 봤다가 학교측으로부터 벌을 받는다. 심연수는 일기에서 ‘조선영화를 많이 보지 못하였다는 것은 작품이 적은 까닭이냐. 우리가 보아서는 아니될 것이 있기 때문이냐.하에턴 두 가지가 다 우리들로 하여금 적게 보게 한 원인일 것이다.’고 비판하고 있다.무려 260여 편의 한글 시가 현전하는 심연수 시인에게 1940년은 특별한 해였는데 12월 17∼25일 강릉 방문에서의 인상,용정과 강릉간 교통편과 코스를 일기에 자세히 남겨 사회상 연구에 요긴하다.12월 21일은 외할아버지 제삿날이었는데 20일은 ‘우리 어머니 한 번도 오시지 못한 제사를 외손인 내가 와서 보게 되었다’, 21일은 ‘외할아버지 제사이다. 새벽 두시쯤 제사를 보았다’고 쓰고 있는 것이다.

이번 심연수 문학사료 취재과정에서 1944년 음력 정월 24일 평창군 진부면 탑문리의 이춘식이 심연수의 할머니인 누나 평창이씨에게 보낸 편지에 일제말기 탑문리의 강제수탈 사회상을 호소하는 내용이 담겼다.

아해 만수가 세전 동짓달에 보국대로 일본 복도현 탄광에 갓사오니 돌아올 기한이 언제인지 망연하나이다.이곳은 금년부터는 더욱 심하여 20이상 45세 이하로 싹씨러 공출로 다보내고 45세 이상 늙은 자와 여자들은 농사하라고 한다니 날같은 것이야 무엇을 하겠습니까.여자들이 농사를 한다하니 또한 엇지 하오릿가.

지난3일 강릉에서 열린 심연수 시인 탄생 100주년 기념대회에서 심연수문학기념관 건립을 촉구하는 선언문이 낭독됐다.기념관 건립 전까지는 사이버문학관을 통해 알리고 심연수가 걸었던 솔밭길이나 평화로운 언덕에 독자적인 기념관 또는 시인의 선조인 보물 제183호 해운정 주인 심언광 문화자산 연계안이 제시되며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끝>

박미현 mihyunpk@kado.net



[1940년 5월 작 심연수 시인 시조]

동해북부선차안에서

남으로 천리길된 이곧에 내왓어라

차른탄 이몸이야 어딘들 못갈소냐

곱은산 밝은물은 어서오소 부르는듯

 

온정리의 하로밤 

여로에 곤한몸을 마음껏 쉬이려고

온천의 뜨겁은물에 몸을랑 잠그고서

아-아 조선의땅도 식지는 않은것알엇오.

 

국경의 하로밤 

밤은 깊어간다 그러나 깨여있다

흐르는 물소리는 밤공기를 가볍게치다

아나는 웨자지않고 이밤을 새우려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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