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주동 금융감독원 강릉지원장
▲ 엄주동 금융감독원 강릉지원장
‘공은 둥글다’는 독일 명장 헤르베르거 감독의 명언처럼 이번 러시아월드컵에서도 FIFA 상위 랭킹 국가들이 대거 탈락하는 등 이변이 속출하고 있다.대회 초반 소극적 플레이로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던 한국 축구대표팀도 선수들의 막바지 투혼 덕에 80년만에 독일의 16강 진출을 좌절시키며 간신히 체면치레를 했다.

전문가들은 한때 월드컵 4강에 올라 전세계를 놀라게 했던 한국 축구가 매번 제자리걸음을 반복하며 경우의 수에나 목을 매는 처지로 전락한 주요원인으로 유소년 축구에 대한 관심과 투자 부족을 꼽고 있다.

이웃 일본의 경우 유소년 축구 규모가 우리의 약 30~50배에 이르고 유소년 축구육성에 매년 2천억원 가량을 쏟아붓는다.여기서 발굴된 우수한 선수들과 축구인구의 저변 확대는 이번 월드컵에서 일본 축구대표팀을 16강에 진출케 한 원동력이 되었다.

이같은 조기교육의 중요성은 비단 축구계만의 문제는 아니다.금융감독원이 2016년 성인 1820명을 대상으로 금융이해력을 측정해 보니 29세이하 청년층의 61.5%가 OECD 금융교육 국제협의체(INFE)에서 정한 최소기준(66.7점)에 미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최근 4년간(2013~2016) 개인파산 신청자수가 조금씩 감소하고 있음에도 속칭 ‘N포세대(N가지를 포기한 세대)’로 불리는 20대의 신청자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이는 금융지식이 낮은 젊은이들이 무분별한 씀씀이 끝에 경제적 어려움에 몰리자 궁여지책으로 파산을 신청한 결과이다.이렇게 금융지식이 부족한 경우를 글자를 못읽는 문맹에 빗대어 ‘금융문맹’으로 부른다.

우리나라의 금융문맹률이 높은 것은 예로부터 돈보다는 청빈을 미덕으로 삼는 사회풍토가 뿌리 깊게 잠재하여 가정과 학교에서 금융교육에 대한 관심이 낮은데 주로 기인한다.

이와 달리,유대인들은 아이들의 성장단계에 맞춰 금융교육을체계적으로 실시하는데,부모는 유아기에 자장가보다 ‘Buy low,Sell high’(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라)라는 말로 아이를 어르고,숫자를 아는 나이가 되면 시장에서 거래를 가르치며 13세에 이르면 목돈을 쥐어줘 투자를 하도록 만든다.이러한 과정을 거쳐 성장한 아이들은 변화하는 금융시장을 빠르게 읽고 앞서나갈 수 있는 안목을 자연스럽게 갖추게 된다.

최근 금융감독원도 조기 금융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 금융회사와 인근 학교가 결연을 맺어 교육하는 ‘1사 1교 금융교육’을 추진해 오고 있다.2015년부터 시작되어 아직은 성과를 예단하기 이르나 이미 전국 초·중·고의 60%가 넘는 학교가 결연에 동참하는 등 호응이 뜨겁다.

일찍이 미국의 경제대통령으로 불리운 앨런 그린스펀은 조기 금융교육을 강조하며 ‘문맹은 생활을 불편하게 하지만 금융문맹은 생존을 불가능하게 만든다’고 일갈한 바 있다.

향후 대한민국 호(號)가 치열한 글로벌 경쟁속에서 조별예선(중진국)을 무사히 마치고 16강(선진국)에 합류할 수 있느냐의 여부도 결국 유소년 축구 육성(조기 금융교육)을 얼마나 잘 해낼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부터라도 우리사회가 금융교육에 보다 관심을 갖고 노력해야만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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