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부터 버스형 유치원까지 도심전체 ‘ 공보육 천국’
‘ 말뫼의 심장’ 필담스 공원
숲 유치원 형태 푀르스콜라
스웨덴 학부모 만족도 높아
'버스 푀르스콜라' 도입
화장실·교육도구 등 완비
박물관·공원 등 이동 교육
각 지자체 보육 수요 담당
지역 특수성 맞춘 교육 실시
'강원도형' 보육 모델로 참고

▲ 스웨덴 말뫼시가 운영 중인 필담스 공원 내 공립 푀르스콜라.말뫼시에서 가장 오래된 야외 보육시설로,이곳에 다니는 아이들은 숲 속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 스웨덴 말뫼시가 운영 중인 필담스 공원 내 공립 푀르스콜라.말뫼시에서 가장 오래된 야외 보육시설로,이곳에 다니는 아이들은 숲 속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육아천국 스웨덴은 ‘공보육’의 천국이기도 하다.우리나라 시·군·구에 해당하는 기초지방자치단체인 ‘코뮌’이 강력한 권한과 책임을 갖고 보육시설 운영을 담당,지역 내 보육 수요를 100%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스웨덴 남부에 위치한 말뫼(Malmo)시도 마찬가지다.시는 부모의 육아휴직이 끝나는 만 1세부터 6세의 영유아 보육을 푀르스콜라(어린이집과 유치원이 결합된 형태의 예비학교)를 통해 도맡는다.지역 내 수요에 맞춰 적극 대응하기 때문에 야외형부터 버스를 이용한 이동형 푀르스콜라까지 형태 또한 가지각색이다.부모 부담액은 시설운영비의 10% 수준에 그칠 정도로 ‘공보육의 기능’이 강하다.말뫼시가 운영 중인 다양한 형태의 공보육 현장을 찾았다.

지난달 20일 ‘말뫼의 심장’으로도 불리는 필담스 공원.상당한 높이의 각진 나무가 일직선으로 펼쳐져 장관을 이루는 이곳 한편에는 영유아 10여 명이 안전 조끼를 입고 교사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아이들의 짐과 교육 재료를 보관하는 작은 오두막 외에는 별도의 교실도 마련되지 않은 이곳에서 아이들은 나무에 올라타기도 하고 둥글게 모여앉아 수업을 듣기도 하며 자연 속 야외활동을 즐겼다.최근 한국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는 ‘숲 유치원’과 같은 형태의 이곳은 말뫼시가 운영하는 공립 푀르스콜라 중 하나로,이 지역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야외 보육시설이다.‘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최고의 교육’이라고 생각하는 스웨덴 원모들의 수요 충족을 위해 설립된 이 푀르스콜라는 학부모의 선호도와 만족도가 큰 곳이다.

이 공원에서는 또 다른 형태의 푀르스콜라도 볼 수 있다.바로 말뫼시에서 고안해낸 ‘버스 푀르스콜라’다.특수 버스를 제작해 보육시설로 꾸민 일종의 ‘버스형 유치원’으로 말뫼시 내 공립 푀르스콜라 10여 곳이 운영 중이다.버스 내에는 주방과 화장실,탈의실,테이블 등이 마련돼 있으며 교육에 필요한 도구도 실려 있다.대개 20여 명의 아이들이 탑승할 수 있고 2~4명의 교사와 기사가 함께 버스에 오른다.이 ‘버스형 유치원’은 공원과 놀이터,박물관,테마파크,관광지 등으로 이동하며 새로운 야외환경에서 아이들이 다채로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 스웨덴 말뫼시 필담스 공원 내 말뫼시가 운영 중인 버스형 유치원 ‘버스 푀르스콜라’가 정차해 있다.버스 내에는 주방과 화장실,탈의실,테이블 등이 마련돼 있다.
▲ 스웨덴 말뫼시 필담스 공원 내 말뫼시가 운영 중인 버스형 유치원 ‘버스 푀르스콜라’가 정차해 있다.버스 내에는 주방과 화장실,탈의실,테이블 등이 마련돼 있다.

‘버스 푀르스콜라’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말뫼시는 버스의 수를 늘리고 내달부터는 개별 기관 소속이 아니라 지역 내 모든 기관이 공통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지만 사실 말뫼시가 ‘버스 푀르스콜라’의 아이디어를 낸 데에는 나름의 절박한 이유가 있었다.대륙에서 스칸디나비아 반도로 연결되는 관문이자 스웨덴과 덴마크 국경 사이에 위치한 말뫼시는 최근 이민자 수가 급증하며 보육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영유아 수도 폭증하고 있는 상황이다.스웨덴에서는 지자체가 보육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시민에게 3개월 내 반드시 시설을 배정하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기존 시설로는 밀려드는 아이들을 감당할 수 없었던 말뫼시가 ‘버스 푀르스콜라’라는 아이디어를 낸 것이다.이렇게 시로서는 ‘절박한 해결책’이었던 ‘버스 푀르스콜라’는 특수 제작된 버스의 퀄리티가 높고 야외활동을 중요시하는 스웨덴 부모들의 수요와 맞아떨어져 점차 다른 지역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프리다 트롤미르(40) 말뫼시 부시장은 “지자체는 시민이 필요로 할 때 즉각 충분하면서도 질 높은 보육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보육 수요가 그때그때 다르니 조절하기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사회는 가족으로 구성되고 아이들은 우리 모두의 미래인 만큼 지역이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책임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지자체가 공보육을 도맡아 하다 보니 지역의 특수한 상황에 맞춘 교육도 가능하다.이민자가 많은 말뫼시는 174개국에서 온 시민들로 구성된 다국적 도시다.이에 따라 말뫼시는 모든 공립 푀르스콜라가 언어 교육을 최우선으로 진행하도록 지침을 두고 있다.말뫼시 내 한 공립 푀르스콜라에서 교사로 근무 중인 안나 요르마라이넨(34)씨는 “덴마크,이라크,일본 등 우리 기관에만 20여 개국에서 온 아이들이 함께 다니고 있기 때문에 언어 교육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말뫼시를 비롯한 스웨덴 내 지자체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지역 내 이용 가능한 모든 푀르스콜라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고 지원을 받는다.또한 영유아를 위한 푀르스콜라 외에도 초등학교 저학년을 위한 프리티스(초등학교 내 여가활동센터)를 운영하며 부모의 사회생활로 인해 생기는 돌봄 공백을 촘촘히 메운다.이처럼 지자체가 학부모의 수요와 지역 상황에 맞춰 질 높은 공보육 및 공교육을 책임지고 제공하다 보니 지역 내 부모들은 근무시간을 온전히 일에 전념하며 일과 가정에 모두 충실할 수 있다.돌봄의 책임을 개인에게 물어 여성이 육아를 위해 직장을 포기하고 ‘경단녀(경력단절여성)’로 전락하거나 은퇴한 조부모가 ‘할마(할머니+엄마)’ ‘할빠(할아버지+아빠)’가 되어 돌봄 공백을 채워야 하는 한국사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말뫼시에 9년째 거주하며 세 자녀를 키우고 있는 ‘스웨덴 일기’의 저자 나승위씨는 “지자체가 보육의 일선에 나서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마을’을 만들기 위해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지역 상황에 따라 ‘버스형 유치원’을 새로 만들 정도로 적극 대응하는 말뫼시의 모습은 ‘강원도형 보육 모델’을 만드는 데 좋은 참고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웨덴 말뫼/최유란·한규빛
 

“아이들 성장은 사회 전체 책임”
애니카 닐슨 말뫼 푀르스콜라 원장


“아이들이 건강하고 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사회 전체의 책임이라는 인식이 중요합니다.”

스웨덴 말뫼시에 위치한 푀르스콜라 ‘Stallmastaren’를 운영하는 애니카 닐슨(45·사진) 원장은 “아이들을 개인의 아이가 아닌 ‘우리 모두의 아이’로 인지하는 것이 ‘공동체 육아’를 향한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그는 “아이들은 우리 사회의 미래를 이끌 ‘모두의 아이’이며 모든 아이들은 평등한 출발점에서 시작해야 된다는 인식이 있어야 사회가 질 높은 보육을 책임지고 제공해야 한다는 합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영유아 보육의 경우 아이들이 세상과 만나는 첫 시작점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인식을 교사를 비롯한 스웨덴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유하기 때문에 정부와 지자체는 보육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할 수 있으며 교사는 스스로 자부심과 소명의식,교육철학을 갖고 보육에 임할 수 있는 것”이라며 “이런 부분이 선행돼야 학부모도 자녀를 안심하고 사회에 맡기고 일에 전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보육교사에 대한 처우와 대우를 높이는 것 또한 보육의 질을 높이는 데 중요한 요소”라고 덧붙였다.

스웨덴 말뫼/최유란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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