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룡그룹 회의실.회장을 중심으로 양쪽에 이사들이 앉아 중역회의를 하고 있다.회의 소재는 정치,경제,사회 등 다양하다.한결같은 것은 회장의 기분을 맞추려는 이사들의 아부섞인 발언이다.1986년 11월 방송된 KBS TV 코미디 프로 ‘유머 1번지’의 ‘회장님 회장님 우리 회장님’이란 코너다.당시 이 프로는 풍자 코미디로서 큰 인기를 얻었다.

이 프로에서 지금은 고인이 된 코미디언 김형곤은 재벌의 회장역을 맡아 국산품 애용에서부터 5공비리 청문회 등 당시의 주요 이슈를 풍자했다.특히 순종적인 상류층을 희화화 하는 등 당시로서는 금단의 영역을 넘나들며 세간에 화제를 뿌렸다.결국 전두환 정권의 미움을 받아 5개월만에 방송이 중단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하지만 그 해 일어난 6월항쟁으로 7월부터 방송이 재개된다.

당시 김형곤은 “우리 사회도 이런 류의 풍자 코미디가 정착할 때가 됐다.사회 및 정치 현실과 코미디를 접목하려는 노력이 어느 정도 결실을 봤다”고 소회를 밝혔다.훗날 연출을 맡았던 김웅래 감독도 한 인터뷰에서 “우리 회장님은 재벌을 중심으로 한 풍자 코미디였다”며 “정치인을 직접 다루는 것이 금기시 되던 시대여서 군부정권과 밀접했던 재벌을 풍자했던 것”이라고 회상했다.

코미디 소재이던 재벌가 회장님은 현실에서도 긍정적인 이미지보다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다.일부이긴 하지만 재벌가 회장 중에는 ‘세습’ ‘탈세’로 문제가 됐고,나아가 ‘갑질’ ‘성추행 의혹’ ‘기쁨조 논란’등 도덕적으로도 많은 문제를 일으켰기 때문이다.‘갑질’의 대표적인 사례는 최근 한진그룹 일가의 행태로 드러났다.또 여비서를 성추행 혐의를 받고 있는 동부그룹 회장도 빼놓을 수 없다.그는 지금도 해외체류를 이유로 경찰의 출석요구에 불응하고 있다.경찰은 여권을 무효화하고 인터폴에 수배를 내린 상태다.

최근에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그룹 회장을 위한 ‘기쁨조’문제가 논란이 됐다.회장을 위해 율동을 하면서 찬양가를 부르는 것은 물론,포옹하고 팔짱을 강요받았다는 아시아나항공 승무원 교육생들의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이를 보면 이승만 대통령이 방귀를 뀌자 “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고 했다는 일화는 차라리 애교에 가깝다.

천남수 사회조사연구소장 chonns@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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