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현주 한림대 교수
▲ 송현주 한림대 교수
예멘 난민에 대한 감정은 이중적이고 모순적이다.예멘은 지난날의 우리처럼 분단과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고 있는 가난한 나라다.인도주의적 감정과는 별개로 연민과 공감을 더 쉽게 느끼게 하는 공통점들이 있는 것이다.사실 한국전쟁 이후 우리 모두는 전쟁 난민이나 다름없었고 더 거슬러 올라가 일제강점기 만주나 연해주,중국,미국으로 흩어진 동포들과 독립투사들도 난민이었다.하지만 동병상련 이전에 두렵고 불안한 마음이 앞서기도 한다.최근 범람하는 허위정보 탓으로 돌리기에는 그동안 우리가 이슬람권의 부정적인 소식들에 너무 익숙해졌다.중동에서는 크고 작은 분쟁이 끊이지 않는다.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도 심각하다고 한다.특히 최근에는 이슬람권 출신 유럽 이주민들의 소요와 테러 소식이 자주 들려온다.이런 상황에서 난민 유입에 대한 걱정과 불안을 과대망상이라고 무시할 수는 없다.

사실 난민 신청자들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었다.우리나라가 난민협약에 가입하고 난민법을 제정한 후 지난해까지 난민신청 사례는 3만 3천여 건 정도다.2015년 한해 난민 신청자가 유럽연합 전체에서 약 120만 명,독일만 해도 약 80만 명에 이르는데 누적 인원이 겨우 3만 명을 넘긴 정도에 난민인정 비율도 약 4%인 나라에서 무슨 가당찮은 호들갑이냐고 할 수 있다.하지만 과거처럼 개별 외국인 노동자가 난민 인정을 신청한 것이 아니라 ‘진짜’ 난민이 집단적으로 등장했으니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무엇보다도 외국인,특히 이슬람에 대한 불안과 혐오가 확산되고 있다.사회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자신의 삶에 대한 위협을 감지했으나 해결 방안을 찾지 못할 때 불안을 느낀다.그 위협이 얼마나 현실적인가는 중요하지 않다.혐오는 불안을 해소하는 가장 손쉽고 폭력적이며 본능에 가까운 방식이다.대상을 배제하고 추방하고 궁극적으로는 말살,제거함으로써 불안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다.혐오와 폭력은 불안을 진정시킬 대안이 등장할 때까지 지속될 수밖에 없다.

유럽을 불태운 난민문제가 이제 우리 사회에 작은 불씨로 떨어졌다.안타깝게도 우리 사회는 그동안 이주민 문제를 제대로 해결해 오지 못했다.우리 필요에 따라 받아들인 결혼이주자,외국인 노동자도 여전히 차별과 배제,기피와 혐오의 대상으로 남아있다.시민사회는 이번에도 그저 아무 일 없을 것이다,차별과 혐오는 안 된다고만 한다.정부와 정치권은 역시나 잠잠해지기만을 기다리는 것 같다.극소수 난민만 받아들이고 국민들은 무관심한 상태가 현실적으로는 가장 무난할 수도 있다.하지만 이는 국제사회와 우리 국민 그 누구에게도 당당하고 책임감 있는 모습이 아니다.최소한 우리가 국제사회에서 받았던 것을 되갚는다는 차원에서라도 난민 수용에 좀 더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동시에 난민 수용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고 특정 인종이나 종교집단에 대한 혐오로 확산되는 것도 막아야 한다.이를 위해서는 난민뿐만 아니라 외국인 노동자,결혼이주민,가까운 미래에 현실화될 수 있는 이민까지 포함하는 이주민정책의 공론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