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리 피렌체에서 베네치아로 가는 기차를 탔을 때이다.뒷좌석의 외국인이 한시간 내내 핸드폰을 큰 목소리로 하는데 크게 방해가 되지 않았다.무의미로 전달되는 것은 아무리 소리가 커도 덜 거슬린다는 사실이 놀라웠다.결국 그동안 큰 목소리로 떠드는 사람이 싫었던 이유는 그들의 대화가 선명히 인지된 까닭이었다.우리는 남을 의식하고 신경쓰는데 익숙하다.그리고 비교하면서 불필요한 것에 나를 소모한다.

자녀가 100점을 받아도 100점 받은 학생이 더 있으면 기뻐하지 않는 것이 한국부모 특징이다.한국엄마에게는 잘한 교육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경쟁에서 이긴 교육이 중요하다.사회학자 강준만은 경쟁이 파국적인 이유는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는데서 보람을 찾는 ‘이웃효과’ 때문이라고 말한다.그는 사람들이 두려움을 갖는 이유는 자신이 이웃 보다 더 잘 살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안함이 커서라고 부언한다.

우리는 결과지향적인 것,즉 보여주기식 삶에 많이 매몰되어 산다.박물관을 다녀오라는 아이들 숙제는 마음에 들었는데 그것에 대한 기행문을 써오라는 것은 별로였었다.쓸 거리를 찾기위한 감상법이 되니 그 감상은 제한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인터넷에 다 나오는 것을 그 귀한 장소에 시간을 내고 가서도 똑같은 결과물로 만들어 낸다는 것이 참으로 어리석은 발상이라고 그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더욱 더 절실하게 깨닫는다.우리가 받아온 그리고 해온 교육으로는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의 참기쁨을 제대로 느낄 수 없도록 습관화 된 셈이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월든 호수가 오두막에서 2년여 남짓 생활한 기록물 책 ‘월든’은 불멸의 명저이다.삽화하나 없는 책은 책의 내용 만큼이나 무미건조하지만 소소하고 욕심없는 일상 그러나 진솔하기 그지없는 일상을 투박하게 표현한다.책은 내려놓는 삶과 욕심없는 삶을 통해 내 삶의 주인공은 나임을 찾아가야함을 강조한다.소박하고 현명하게 산다면 이 세상 삶은 시련이 아니라 즐거운 유희임을 확신한다는 이 책의 주제는 소확행이다.올해 휴가가 시작됐다.세상사와 타인을 접어두는 것,진짜 소확행휴가를 보내는 비결이다.

조미현 기획출판부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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