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매거진 OFF] 정선 얼음골
냉기 내뿜는 희귀한 자연현상 ‘풍혈’
정선 신동읍 물골 인근 오지서 발생
시원한 환경·그림같은 풍광 펼쳐져
2급 멸종위기종 '개병풍' 군락지 발견
육상식물 피난처인 풍혈 기능성 주목
종 보전·진화적 영향 연구가치 중요
최근 정선에서 여름철 덥고 습한 산바람과 ‘풍혈’이 뿜어내는 냉기가 만나 안개가 발생하는 희귀한 자연현상이 포착됐다.이는 습하고 무더운 여름에 냉장고를 열었을 때 일시적으로 안개가 발생하는 현상과 동일하다.여름철 신기한 현상의 주인공은 정선군 신동읍 조양강이 동강 물줄기로 바뀌는 물골 인근이다.오지 중에 오지인 만큼 주민과 트래킹 마니아들만 찾는다.오지 탐험에서 만나는 얼음골은 한 여름 자연이 선사하는 시원함과 신비로운 현상을 동시에 만끽할 수 있다.얼음골은 앞뒤로 험산이 포위하고 있다.얼음골의 지명인 ‘돈니치’는 부드럽고 찰진 진흙땅이라는 뜻이다.돈니치 마을 돌탑을 지나 한 동안 오르면 얼음골이 나온다.마을 앞 강줄기를 따라가면 그림 같은 풍광이 이어진다.풍혈의 시원한 환경은 최근 들어 뜨거워지는 우리나라 기후에 수분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는 일반 식물들에게도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정선 얼음골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개병풍 군락지가 발견됐다.개병풍은 강원 일부 석회암지대에서만 자생하는 희귀식물이다.세계적으로도 중국의 동북 3성에만 제한적으로 분포돼 있다.또한 뚝지치와 월귤,흰인가목,참골담초 등 한랭한 북부나 고산 지역에서 주로 관찰되는 자생식물들이 낮은 해발 고도의 풍혈 지역에서 관찰되고 있다.희귀식물들이 얼음골에서 발견되는 이유는 빙하기에 남하했던 북방계 식물들이 최후 빙하기 이후 기온이 높아지자 저온환경을 형성하는 얼음골을 피난처로 삼아 번식했기 때문이다.국립수목원은 과거 한랭했던 시기의 육상 식물들의 피난처로서 풍혈의 기능에 주목하고 풍혈의 미기상학적 현상과 식물의 변화 과정을 꾸준히 연구하고 있다.그러나 최근 일부 풍혈 지역이 피서지로 알려지면서 풍혈에서만 나타나는 희귀식물이 사라지고 있다.풍혈 주변 지역은 일반 지역보다 꽃이 피는 시기와 열매를 맺는 시기 등에 변이가 많아 지역의 생물 다양성을 높이는데 기여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국립수목원 관계자는“우리나라에 알려진 25개의 풍혈에 대한 특징과 형태, 인근에 자생하는 식물은 물론 미기상학적 현상과 지형에서 볼 수 있는 산림생물종 보전 효과와 진화생태학적 영향을 보다 자세히 연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수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