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매거진 OFF] 화천 얼음골
화천군 상서면 봉오리에 위치
공기온도 10도 안팎 천연 에어컨
이끼계곡·바람샘 바위 볼거리 풍부
둘레길 조성 등 관광자원화 필요

▲ 얼음바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얼음계곡은 지역 주민들만 아는 여름 명소다.
▲ 얼음바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얼음계곡은 지역 주민들만 아는 여름 명소다.
푸른 숲 사이,평범해 보이는 바위 틈에선 샘물이 솟듯 바람이 뿜어져 나온다.종이를 갖다 대면 90도로 휘어질 정도로 센 바람이다.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듯,쉴 새 없이 냉기를 분출한다.바람은 바위를 아예 식혀 버린다.바위에 등을 대니 온몸이 시원하다.폭염 속 야생동물들도 바위를 찾는다.너구리와 오소리의 배설물 등 흔적이 보인다.

화천군 상서면 봉오리 얼음골 바람은 삼복더위가 되면 더욱 차다.풍혈(風穴) 지구인 이곳은 낮 기온 35도 안팎의 무더위 속에서도 바람샘에서 나오는 공기 온도는 10도 안팎으로 에어컨 바람보다 차다.얼음골,또는 어음산으로 불리는 이 골짜기의 온도도 20도를 밑돌아 마을 주민들의 여름 휴식처로 애용된다.그러나 아직 잘 정비되지 않아 외부 방문객을 맞기에는 부족하다.

▲ 얼음골의 또 다른 명소 중 하나인 이끼계곡은 시원한 바람과 푸른 이끼가 방문객들에게 청량감을 주고 있다.
▲ 얼음골의 또 다른 명소 중 하나인 이끼계곡은 시원한 바람과 푸른 이끼가 방문객들에게 청량감을 주고 있다.
얼음골은 산에서 내려온 시원한 물이 흐르던 자연동굴이 무너지면서 그 냉기가 밖으로 뿜어져 나와 생긴 것이라고 주민들은 전한다.예전에 동굴이 있을 때는 굴 안에 고드름이 열려 삼복더위에서 시원한 음식을 해먹을 때 사용했다는 이야기도 함께 전해진다.

이곳 얼음산의 명소는 바람샘 바위를 포함해 크게 3곳으로 나뉜다.도로 옆 다리를 지나 얼음골로 접어들면서 처음 만나는 곳은 이끼계곡이다.계곡에 들어서자 시원한 공기가 몸을 감싼다.계곡 바깥 온도와 크게 차이가 나 한여름 30도 이상의 폭염 속에서도 15~18도의 온도를 유지한다.푸르스름하게 바위들을 덮고 있는 이끼가 연출하는 풍경도 일품이다.바위 틈에서 새어나오는 냉기와 하늘을 뒤덮은 참나무 잎이 푸른 그늘을 만들어 시각적으로도 청량감을 느낄 수 있다.농사일에 고단했던 마을 주민들이 잠시 들어와 피로를 풀고 더위를 식히는 명당이다.평상시엔 물이 흐르진 않지만,물 많은 계곡보다 시원하다.

▲ 화천군 상서면 봉오리 얼음골 얼음바위에서 한여름 시원한 냉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 화천군 상서면 봉오리 얼음골 얼음바위에서 한여름 시원한 냉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얼음산이 자랑하는 또 하나의 명소는 얼음계곡이다.바람샘이 나오는 얼음돌이 있는 곳을 지나 아래로 30m 정도 내려오면 가려진 숲 사이로 크지 않은 계곡이 등장한다.역시 15도 안팎의 시원한 계곡이다.크고 작은 돌들을 덮고 있는 이끼는 신비감을 자아낸다.이끼 색 피부를 가진 청개구리 한 마리가 돌 틈 사이로 트래킹을 하고 있다.카메라 렌즈를 갖다 대니,이끼인지 개구리인지 분간할 수 없다.이 마을 김흥기 이장이 여름이면 친구들과 막걸리를 마시는 아지트다.주변의 울창한 참나무가 계곡을 감싸고 있어 아늑하다.가을이면 도토리와 싸리버섯이 곳곳에 널려 있다.여름에도 한기가 느껴질 정도여서,너무 추우면 도로 쪽 큰 계곡으로 옮겼다가 다시 돌아온다고 한다.

김흥기 이장은 “얼음골이 숨겨져 있는 명당으로만 있는 것이 안타깝다”며 “둘레길을 만들어 더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고 일대를 산책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수영 sooyoung@kado.net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