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권력을 쥔 자의 성패는 얼마나 잘 휘두르느냐에 있는 것이 아닌 것 같다.크든 작든 권력을 쥐면 마음껏 써보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라고 한다.그 맛에 죽기 살기로 선거전에 뛰어들어 인생을 걸어보려 하는 것인지 모른다.구태여 어마어마한 권력이 아니더라도 말이다.하다못해 줄반장이라도 그 완장을 차는 순간,마음이 달라진다고 한다.그러나 권력이라는 칼은 두 가지 얼굴을 하고 있다고 한다.

마구 휘둘러대면 속은 시원하겠지만 어떤 형태로든 반드시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그게 권력이든 칼이든 예기(銳氣)가 있는 것의 양면적 속성일 것이다.그래서 권력의 관건은 아낌없이 써먹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날카로운 것을 조절하는데 있다고 한다.기세를 억눌러 필요한 만큼 적당하게 쓰느냐가 중요하다는 얘기다.검(劍)의 속성이 다르지 않다.잠재태(潛在態)로 있을 때 칼의 힘은 최고조가 된다.

뽑아드는 순간 검의 위력은 급속한 감쇄의 과정에 들어간다.권력 또한 휘두르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방전(放電)을 시작한다.스스로 통제하지 못하는 검,스스로 조절하지 못하는 권력은 결국 부메랑이 되고 만다.이것은 그저 그렇듯 하게 꾸미는 말이 아니라 동서고금을 통해 숱하게 실증된 말일 것이다.검을 잘못 다루다가 스스로를 베고,권력의 등에 잘못 올라탔다가 스스로를 가두는 일이 비일비재 하다.

오늘날 정치가 욕을 먹고 개혁의 대상으로 지목되는 것도 다 이런 속성을 잊고 있는데서 비롯되는 것 같다.권력을 쥐기까지는 그렇게 고분고분할 수 없지만 당선되는 순간 뻣뻣하게 돌변한다는 것이 정치인에게 씌워진 오명이다.검을 지닌다는 것은 위험에 직면했을 때 큰 도움이 되지만,늘 위험한 물건을 내 몸에 품고 살아야 한다는 뜻이다.큰 영향력을 지닌 정치인이 어떤 자세를 가져야할지는 자명하다.

선거 때는 좀 과장하게 마련이다.표를 얻기 위해 무리한 약속도 하고 마음에 없는 말도 한다.이런 게 다 빚이 되는데,유권자도 어느 정도 감안하고 듣는다.민선 7기 단체장 임기가 시작된 지 보름째다.선거 때 언어가 당선을 위한 것이었다면 당선자의 언어는 유권자와 주민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말의 체면을 살리는데 연연하는 것은 옳지 않다.대의를 위해 솔직해 진다면,이걸 변심으로 보진 않을 것이다.

김상수 논설실장 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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