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전상국 소설가 (김유정기념사업회 이사장)
“김유정 알리기 평생 바쳐
내 소설에도 큰 영향 미쳐
이제 나만의 글쓰기 전념”

“대표작이요? 이제 쓰기 시작해야죠.”

팔순을 앞둔 우리나라 대표 소설가 전상국.196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서 ‘동행’으로 등단한지 꼬박 55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글쓰기의 즐거움’에 창작의 고통을 멈추지 않고 있다.홍천출신인 그는 최근 문화예술가들의 꿈이라고 할 수 있는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으로 선출됐다.단 100명으로 제한된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은 문학,미술,음악,연극·영화·무용 등 총 4개분야의 원로 예술인을 대상으로 엄격한 심사를 통해 자격이 부여된다.이 때문에 회원 선정시 예술가로서의 최고 명예와 함께 예술활동 공로를 인정받아 매달 연금을 받는다.도내에서는 춘천에서 활동하는 오정희 소설가에 이어 전상국 소설가가 유일하다.

그는 자신을 ‘선배소설가 김유정(1908~1937)의 머슴’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김유정 문학세계를 대중에게 널리 알린 일등공신이다.최근에는 김유정의 삶과 작품세계를 소설형식으로 풀어낸 장편소설 ‘유정의 사랑’을 펴내기도 했다.또 그의 소설 ‘동행’(1963) ‘우상의 눈물’(1980) ‘우리들의 날개’(1980) 등은 중·고교 교과서를 통해 읽히고 있다.춘천중 교사와 강원대 교수로 40년간 교직에 근무하며 수많은 문학도를 양성하기도 했다.최수철·김도연·이순원·김현식 소설가,최승호·박찬일·조성림·정정조·신현봉·최현순 시인 등이 그 주인공이다.지난해에는 반세기 소설가 인생을 정리한 산문집 ‘춘천 사는 이야기’를 펴내며 “남은 시간 소설 쓰는 신명에 바치고 싶다”고 강조할 정도로 지치지 않는 ‘창작의 열정’을 발산하고 있다.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선출 의미는.

“개인의 영광이라기 보다 강원 문화예술인들에게 주어진 영예라고 생각한다.예술원에 추천된 첫해에 바로 회원으로 인정받아 많이 놀랐다.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이자 지역예술계 원로로서,지역사회에 공헌하는 삶을 살겠다.”

-문인으로서 평생을 ‘김유정’에 빠져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그 이유와 보람이 있다면.

“김유정과 나는 우연히 강원도 출신으로 유일하게 조선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다.그의 소설에는 짧으면서도 재치있는 표현력과 어휘력이 넘친다.내 소설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어찌보면 그동안 ‘김유정 알리기’를 위해 나를 내려놓고 지냈다.김유정 소설에 숨겨진 매력과 가치를 후배 문인들도 깊이 탐구해보길 다시한번 권하고 싶다.”

-반세기 본인의 문학세계를 정리한다면.

“크게 분단과 사회악에 대한 저항이 소설에 담겼다.전쟁과 분단의 상처를 다룬 ‘아베의 가족’(1979)이나 교실에서 벌어지는 교육현실을 적나라하게 지적한 ‘우상의 눈물’(1980)이 대표적이다.시대상이 반영된 글들이 많은데 소설의 결말은 주로 독자들에게 맡기는 스타일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글쓰기는 마치 ‘물이 스스로 길을 내는 것과 같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즐거운 상상이 쌓이고 쌓이면 그것이 넘쳐 글이 되고 소설이 된다.이제 좀 더 여유를 갖고 나만의 글쓰기에 더욱 전념할 계획이다.” 박창현 chpark@kado.net

>>>전상국 소설가는

1940년 홍천에서 태어나 춘천고와 경희대 국문과,동 대학원을 졸업했다.1963년 등단 이후 현대문학상,한국문학작가상,대한민국문학상,동인문학상,윤동주문학상,김유정문학상,한국문학상,이상문학상특별상 등 국내 주요 문학상을 석권했다.현재 강원대 명예교수 및 김유정기념사업회 이사장,김유정 신인문학상 심사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1992년 발행한 ‘전상국 교수의 소설 쓰기 명강의’는 최고의 소설 작법서로 현재까지 사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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