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 도내 특수학교 교육환경
영동지역 내 특수학교 부족
등교 2시간거리 강릉·태백 행
사고 학교인 태백 특수학교
학생 74% 기숙사 생활 중
사고 있어도 부모 통제권 밖
학교 부족 돌봄 소외 만들어

현직교사가 제자인 장애 여학생 3명을 성폭행하거나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태백 특수학교 사건은 강원도내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이 처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영동지역 장애학생들은 지역 내 특수학교가 부족해 등·하교에만 2시간이 넘게 소요되는 ‘등교원정’을 해야하고 이마저도 어려워 학교 내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다.도내 장애학생들이 처한 교육환경을 점검한다.



■일어나 학교까지 3시간

지적장애 1급 딸을 둔 김모(동해)씨의 일상은 오전 6시부터 시작한다.6시 딸을 깨워 등교할 준비를 하고 오전 7시40분까지는 집에서 출발해야 한다.딸은 앞으로 1시간을 더 차를 타고 달려야 학교에 도착할 수 있다.등교 한 번 시키고 나면 딸도,김씨도 녹초가 되기 일쑤다.김씨는 “몸이 힘든 것은 견딜 수 있지만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딸이 학교에서 별다른 일은 없었는지,혹시나 등하교 버스 안에서 몹쓸짓을 당하진 않았을지 늘 걱정된다”며 “쉽게 오갈 수 있는 거리가 아니다보니 매번 학교 측과 통화하는 것에 만족해야 한다”고 털어놨다.

영동·영동남부 지역 장애학생 학부모들의 가장 큰 고민은 ‘학교구하기’다.동해·삼척 지역에만 특수교육 대상자가 294명으로 300여 명에 육박하지만 근처에 학교가 없어 이중 21.4%인 63명(동해 41명·삼척 22명)은 등·하교에만 2시간이 넘게 소요되는 강릉오성학교와 사건이 일어난 태백지역 학교에 다녀야 한다.태백 학교의 경우 전체 학생 72명 중 태백에 거주하는 학생(18명)보다 동해에 거주하는 학생(19명)이 더 많았으며 정선(11명),영월(9명),삼척(8명) 등 타 지역 학생들이 전체의 75%에 달했다.

지난해 도교육청이 강릉오성학교 학생 16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6%에 달하는 43명은 통학거리가 26㎞ 이상(자동차로 약 40분 소요)인 것으로 파악됐다.이중 26~50㎞에 해당하는 학생들은 20명으로 집계됐으며 통학거리가 51~100㎞인 학생도 23명이나 됐다.

■일부 특수학교 기숙사 운영

‘등교 원정’ 마저 여의치 않은 학생들을 위해 도내 일부 특수학교에서는 기숙사를 운영하고 있다.현재 도내 특수학교 중 기숙사를 운영하는 학교는 춘천계성학교와 이번 사건이 일어난 태백에 위치한 특수학교 두 곳이다.태백 특수학교의 경우 전체 학생 72명 중 73.6%인 유치·초·중·전공(대학교 과정) 소속 53명이 생활하고 있다.

이곳에 아이를 맡기는 학부모들도 답답하지만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해당 학교 학부모는 “2주에 한 번씩 봐야하고 씻는 것부터 시작해 먹는 것까지 집에서 다니는 것 보다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지만 오며가며 사고 위험도 몇 번 겪어 통학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는다”며 “동해·삼척지역에 특수학교가 없는 데다 아이를 받아준 곳이 이 학교밖에 없었다”고 말했다.‘학교 부족-등·하교 여건 열악-기숙사 생활-돌봄 소외’의 구조가 반복되는 셈이다.

하지만 도교육청이 2014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동해 특수학교(가칭)는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도교육청은 지난 2016년부터 부지를 바꿔 옛 남호초교 부지인 동해 부곡동에 특수학교 설립을 추진 중이지만 일부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2년 째 이렇다 할 진전이 없다.당초 계획대로라면 지금쯤이면 학교 시설공사 막바지에 접어들어 개교준비가 한창이어야 하지만 일부 주민들의 반대가 계속되면서 도교육청이 목표로 삼은 2019년 3월1일 개교는 사실상 무산됐다.

최수길 도교육청 행정국장은 “현재 상황을 감안하면 물리적인 시간 부족으로 2019년 3월1일 개교는 어렵다”면서 “동해에 특수학교를 설립하겠다는 교육청의 의지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공립화·새로운 모델 필요

사립 특수학교에 대한 공공성 확보가 강원교육의 과제로 떠올랐다.사립학교의 경우 재단 이사장이 직원 채용과 학교교육과정 운영,예산승인 등의 권한을 갖고 있다.태백 사건에서 가해교사가 특수교육 자격 면허없이 6년 간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었던 배경도 해당 학교가 사립이기 때문이다.도교육청 역시 사립학교들에 예산 지원만 할 뿐 문제가 발생한 학교에 직접적인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자격이 없는 상태다.도교육청 관계자는 “사립학교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소재를 파악해 교장이나 해당 교사에 대한 해임 요청을 재단에 할 수는 있지만 도교육청 차원에서 징계를 할 수는 없다”며 “예산지원을 줄이는 방법도 있지만 해당 학교에 소속된 학생들을 생각하면 교육의 질을 고려해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유치원부터 대학교 과정인 전공과가 한 학교에서 모두 이뤄지는 특수학교 구조도 재검토가 필요하다.장애유형과 발달과정이 제각각인 학생들을 한 곳에 수용하다보면 운영상 어려움이 발생하고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집중할 수 있는 교육여건 조성이 어렵기 때문이다.강원도내 공·사립 특수학교 7곳 대부분 유치원부터 전공과정을 운영하고 있다.김장열 원주교육지원청 특수교육 장학사는 “모든 교육과정이 학교 한 곳에서 이뤄지면 학교 운영이 방만해질 수 있고 발달단계에 맞는 전문 교육이 어려울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며 “일반학교처럼 학생 발달과정에 맞는 특수학교 쪼개기가 필요하고 사회전반적인 장애인식 개선도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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