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특수학교 교육환경 점검
영동지역 강릉·속초·태백 단 3곳뿐
“이의제기에 나가라 하면 갈곳 없어”

태백에 위치한 특수학교에서 현직교사가 장애여학생 3명을 수년간 성폭행·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만성적인 영동권 특수학교 부족난이 시급히 해소돼야 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15일 강원도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동해·삼척지역 특수교육대상 학생수는 294명(동해 194명·삼척 100명)으로,전체 특수교육대상자 2933명 중 10%를 차지한다.300여 명에 육박하는 규모지만 이들이 다닐 수 있는 특수학교는 인근에 없다.가장 가까운 곳이 사건이 일어난 태백 모 학교와 강릉오성학교 두 곳 뿐이다.이마저도 등·하교 때 2시간 이상씩 허비해야 다닐 수 있는 곳이다.

도내 특수학교가 영서권에 쏠려있다는 점 역시 문제로 지적됐다.도내 7개 공·사립 특수학교 중 57%인 4곳이 영서권(춘천 3곳·원주 1곳)에 몰려있다.영동권에는 강릉과 속초에 각각 1곳씩 설립된 특수학교가 전부다.영동지역 장애학생 학부모들의 눈이 태백 모 학교로 쏠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도교육청이 원주에 설립 중인 특수학교는 순항인 반면 동해 특수학교(가칭) 설립이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특수학교의 영서권 쏠림 현상은 심화될 전망이다.

태백 모 학교 학부모들은 특수학교가 부족한 현실이 이번 사태를 키웠다고 지적하고 있다.해당 학교 학부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아이의 학생생활에 이의를 제기했는데 학교 측에서 ‘그럼 나가라’라는 입장이면 당장 갈 수 있는 학교가 없어 그저 쉬쉬하다 보니 이런 일까지 발생한 것”이라며 “이 학교마저 없으면 생계를 위협받는 장애아동 학부모들의 현실을 교육당국은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보영 동해시장애인학부모회장은 “장애학생들을 집 가까이에서 부모와 사회가 함께 돌볼 수 있는 구조가 정착돼야 한다”며 “특수학교 확대는 물론 교육·돌봄의 질 개선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오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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