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믿으란 말인가
고양이에게 생선가게 맡긴격
세심한 배려·전문성 담보
철저한 조사 필요
여성장애인 성폭력·희롱
바라보는 시선 편견 내포
해당학교 해체 땐 2차 피해
법 어긴 부분 성역없는 처벌

▲ 지명옥 전 여성장애인 어울림센터장
▲ 지명옥 전 여성장애인 어울림센터장
지난 2011년 온 나라를 공분으로 들끓게 한 영화 ‘도가니’를 기억하는가? 한 청각장애인학교에서 교장과 교사들이 장애학생들에게 5년 동안 성폭력과 학대를 저지른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다.영화를 본 사람들 모두가 끔찍한 진실에 눈물을 흘렸다.특히 법정에서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청각언어장애인들이 진술에 어려움을 겪는 장면과 가해자들이 가벼운 처벌을 받아 청각장애인들이 분노하는 장면은 두고두고 아픔으로 남아있다.

최근 도내 태백에 소재한 한 특수학교에서도 성폭력 사건이 감지 돼 관련기관이 수사에 착수했다.보도에 따르면 그 학교 직업재활담당 교사가 지난 2014년부터 4년 간,지적장애를 가진 여학생들을 수차례 성폭행 했으며 이는 학교 측의 상담과정에서 드러났다.조사전담팀이 재학생 70여명을 상대로 전수조사 중이며 가해자는 범행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참으로 어처구니없고 분노가 치민다.지적장애인 소녀를 보호해 주고 앞길을 열어 주기 위해 그 자리에 있는 자가 오히려 가해자로 지목 받아 세간의 지탄을 받다니.누구를 믿으란 말인가.지나친 비약인지는 몰라도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는 격’이라는 속담이 생각난다.

몇 년 전 한국여성장애인연합회가 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를 운영한 10년간의 분석한 자료를 발표했다.그에 의하면 성폭력 가해자가 친척 또는 지인이며 10명 중 4명이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피해 장애유형은 지적장애인이 70%를 차지하며 다음이 사지가 약한 지체장애인이었다.지적장애인은 지능지수 70이하로 육체는 성인의 모습이라도 인지능력은 대부분 4∼5세 정도다.따라서 가해자가 얼마든지 억압하고 회유하고 통제할 수 있으며 조사과정에서 제대로 증언조차 할 수 없다.또한 낮선 사람이 어려운 질문을 하면 겁을 먹고 조사를 회피할 수도 있다.그래서 이번 태백 특수학교 수사를 맡은 관련기관에서도 세심한 배려와 전문성을 담보로 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이참에 모든 특수학교,학급,장애인 시설 여성장애인들에 대한 전수조사가 있어야 한다.여성장애인이 처한 취약한 환경도 짚어봐야 한다.사랑과 관심,보호에 목마른 그들에게 성은 인간관계의 한 통로가 될 수도 있다.어느 십대 지적여성장애인은 공직자 출신이라는 나이든 남성이 용돈 몇 천원과 과자 몇 봉지 사주는 것을 사랑이라 믿어 온갖 성적 유희의 대상이 됐던 사례를 본 적 있다.

우리나라 여성권익에 큰 선을 그은 ‘미투’ 운동이 전국을 휩쓸었다.하지만 여성장애인의 목소리는 듣지 못했다.이는 그들이 언제나 성폭력,희롱 대상자였기에 새삼스럽게 외칠 필요도 없었기 때문이다.설사 목소리를 낸다고 해도 비장애여성 만큼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을 것이다.다시 말해 여성장애인의 성폭력,희롱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이미 편견이 내포돼 있다.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 제3장 34조에는 장애여성의 차별금지에 대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따라서 사회가 여성장애인들의 각종 폭력을 막아주고 ‘미투’의 대변자가 돼 주는 것은 당연하다.

여러가지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해당 특수학교의 해체를 논하기에는 아직 이르다.현재 재학 중인 장애학생들이 갈 곳을 잃어 2차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다만 법을 어긴 부분에 대해 성역 없는 대가를 치르고 또한 이 기회에 진정 장애학생들이 미래를 꿈꿀 수 있는 곳으로 거듭나기 바랄뿐이다.아울러 도내 여성장애인들이 거하는 모든 곳에 철저한 전수조사가 있기를 거듭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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