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절벽은 바위가 깎아 세운 것처럼 아주 높이 솟아 있는 험한 낭떠러지를 이른다.하지만 절벽은 이 외에도 다양한 의미로 쓰인다.고집이 세어 남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거나 아예 남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을 비유하기도 한다.그리고 강신재의 소설처럼 앞을 가릴 수 없는 깜깜한 상황을 비유적으로 이르기도 한다.하여간 절벽은 매우 급박한 위기상황을 뜻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인구절벽’이란 말이 가장 뜨거운 화두가 됐다.저출산 문제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또 오랜 경기침체는 ‘소득절벽’을 낳았고,실질 소득이 줄어들면서 소비가 위축됐다.‘소비절벽’의 탄생 배경이다.전반적인 경기침체는 바로 ‘고용절벽’ ‘일자리 절벽’을 불러왔고,초고령사회는 정부의 복지부담의 가중을 불러오면서 ‘재정절벽’이란 말을 탄생시켰다.여기에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 노동제한은 노·사·정간 뿐만 아니라 사회 각 분야의 벼랑끝 대치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그야말로 절벽의 시대다.
마침 지인이 보내온 정호승 시인의 ‘절벽에 대한 몇 가지 충고’란 시는 절벽의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위안을 준다.“절벽을 만나거든 그만 절벽이 되라/절벽 아래로 보이는 바다가 되라/절벽 끝에 튼튼하게 뿌리를 뻗은/저 솔가지 끝에 앉은 새들이 되라/(중략)/누구나 가슴속에 하나씩 절벽은 있다/언젠가는 기어이 올라가야 할/언젠가는 기어이 내려와야 할/외로운 절벽이 하나씩 있다” 시인은 절벽의 막막함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말라고 위로한다.사람은 누구나 기어이 올라가고 내려와야 하는 ‘절벽’이 있다고.
천남수 사회조사연구소장 chonns@kad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