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선점 각축전 속 개인정보 규제 성장 '발목'

산업통상자원부와 보건복지부는 지난 4일 원주의료기기종합지원센터에서 ‘바이오헬스 발전전략 민관회의’를 열고 융복합 의료기기 개발지원 및 수요창출 전략을 제시했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고령화시대 건강관리를 위한 중요한 요소다. 건강수명 연장을 위한 개인 맞춤형 헬스케어에 대한 니즈가 증대됨에 따라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ICT기술과 융합한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매년 10% 이상 성장하고 있어 오는 2020년 14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른바 ‘황금알을 낳는 신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특히 모바일네트워크·애플리케이션,사물인터넷,빅데이터,클라우드 등 정보통신기술의 급속한 발전에 힘입어 이를 활용한 헬스케어 서비스는 기존 사후치료 방식에서 예측이 가능한 예방중심의 개인맞춤형 정밀의료로 빠르게 진화함에 따라 전통적인 바이오·의료기기 기업 뿐 아니라 지자체와 대학,병원 등에서도 첨단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선점을 위한 ‘총성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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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자체,기업 선점 경쟁

디지털 헬스케어와 관련된 국내 대표 사례로는 바로 삼성 디지털 헬스다.2014년에 공개됐던 삼성 디지털 헬스는 생체신호를 감지하는 하드웨어 디바이스 ‘심밴드(Simband)’와 이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위한 플랫폼 ‘SAMI(사미)’으로 구성돼 있다. 심밴드가 심박수 등의 생체정보를 수집하고 이는 클라우드 기반의 소프트웨이 플랫폼인 사미에게 전달된다. ‘심밴드’는 아직 상용화 이전 단계지만 상용화가 된다면 의료분야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꿈꾸는 지자체와 연구기관,병원 등에서도 활발한 지원과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은 의료영상, 로봇의료기기, 수술용 의료기기, ICT기반의 디지털 헬스케어, 의료기기 스마트 생산 기술, 첨단 융합 의료용 소재, 융합 의료기기 기술 등 다양한 의료기기 분야 차세대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엔 ICT 헬스케어 팀과 로봇의료기기 팀의 팀장급을 영입하고 관련 전문가들로 구성해 연구개발 및 지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은 신약개발지원센터,첨단의료기기개발지원센터,실험동물센터,바이오의약생산센터 등 4개 핵심지원시설에 초고도화된 설비와 최첨단 장비를 갖추고 신약,의료기기 등 바이오헬스 분야의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수도권지역에서는 성남시와 성남산업진흥원,분당서울대병원 등이 ‘메디-바이오 캠퍼스’조성으로 최첨단 헬스케어 클러스터를 구축했다. 성남 메디-바이오 캠퍼스는 지역 내 병원과 지자체,기업이 자발적으로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연구 중심의 협력 체계를 만들어 낸 선진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 삼성 심밴드
▲ 삼성 심밴드
■ 의료계도 첨단기술로 대응

국내 의료계에도 디지털 헬스케어 구축 선제적 대응하고 있다. 국내 상위 종합병원들은 첨단 의료기술 연구개발(R&D)과 차세대 의료정보시스템(HIS) 도입 등을 통한 4차 산업혁명 대응을 올해 목표로 세웠다.

서울대병원은 연구개발 성과를 국가 성장동력으로 키우는 ‘한국형 연구중심병원’으로 만들 것을 선언했다.

또 분당서울대병원은 KT와 함께 러시아 디지털 헬스케어 시범사업을 본격화 했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과 KT는 지난 달 28일 모스크바 제1중앙병원,모스크바에서 200Km 떨어진 툴라(Tula) 병원, 300Km 떨어진 야로슬라블(Yaroslavl) 병원과 3자간 원격협진을 시연했다

의사가 부족한 지방도시 병원에 방문한 환자들의 심박동,갑상선 상태 등을 모바일 진단기기로 측정하고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에 진단 결과를 저장하면, 모스크바 제1중앙병원 의료진들이 플랫폼을 통해 진단결과를 확인하고 화상으로 원격진료를 진행할 수 있다.

연세대 원주의대도 이강현 응급의학과 교수를 중심으로 자동차와 디지털 헬스케어를 접목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운전자의 생체 신호를 읽어 건강을 체크하고,이를 바탕으로 교통사고까지 예방이 가능한 것이 ‘자동차 디지털 헬스케어’다. 대학은 앞으로 운전 중 저혈당 쇼크,치매환자의 역주행 등을 사전에 예방하고 자동차 사고가 나면 어느 부위가 어떻게 다치는지 등의 연구를 구체화 할 계획이다.



■ 규제에 막힌 혁신의료

정보통신기술(ICT)과 헬스케어가 융합한 디지털 헬스케어가 세계적인 흐름이 됐다.하지만 국내에서는 법과 제도적인 한계로 이를 대비할 수 없고 사업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다. ICT를 활용한 원격의료는 의료인과 의료인 간에만 가능하고 의료인과 환자 간에 불가능하도록 규정한 의료법의 틀안에 갇혀있다.

개인정보 또한 원칙적으로 이용자의 사전동의를 받아 처리해야 한다. 이 때문에 외부 기업에서 병원에서 보유한 환자의 전자의무기록(EMR) 정보를 활용하는 방안이 막혀 있다. 개인정보보호법에서 환자의 키나 몸무게, 진료기록, 유전자 정보 등이 구별되지 않고 민감정보로 규정됐기 때문이다.

신기술을 적용한 의료기기 제품은 판매에까지 적지않은 시간이 걸리는 것도 문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판매허가를 받은 의료기기라도 새로운 기술이 적용된 경우에는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의 신의료기술평가를 통과해야 한다.

신의료기술평가는 새로운 의료기술의 안전성과 유효성 등을 따지고 해당 기술의 시장 진입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지만 제품출시까지는 통상 1년 가까운 시간이 소요돼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박현철·박성준



“미래 먹거리 디지털헬스케어 산· 학· 연· 관 힘모아 도약”

인터뷰 이강현 연세대 원주의대 학장


의료계도 4차 산업혁명의 꽃으로 불리는 디지텔 헬스케어에 주목하고 있다.국내 상위 의과대학과 종합병원에서는 첨단 의료기술 연구개발과 차세대 의료정보시스템 도입 등을 통한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고 있다.이강현 연세대 원주의대 학장을 만나 인공지능·빅데이터·클라우드 등과 접목한 디지털 헬스케어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대학과 병원의 준비상황을 들어봤다.



┃디지털 헬스케어와 접목은

“응급의학과 교수로서 개인적으로 디지털헬스케어로 분류되는 원격의료사업을 강원도내에서 가장 먼저했다.2006년 보건복지부 응급의료 시범사업으로 119 구급차에서 환자의 정보를 원격으로 전달하는 시범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했다.환자가구급차를 타면 맥박수,산소포화도 등의 환자 상태를 미리 병원으로 전송해 주면 치료방법을 빠른 시간내에 판단할 수 있다.현재 이 시스템은 강원소방본부에 구축돼 활용되고 있다.”



┃걸림돌이 있다면

“디지털헬스케어의 핵심은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이다. 개인정보 보호법,의료법 등은 의료 빅데이터 활용을 가로막는 고질적인 규제 중 하나다. 여러 사람의 의료 정보를 담은 의료 빅데이터는 정밀의료,의료기기·신약 개발 등에 사용될 수 있는 중요한 원천이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질병의 특성 등을 파악하고 이를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에서 의료 빅데이터 활용은 개인정보 보호법,의료법 등에 막혀 몇 년째 제자리걸음 중이다. 합법적인 영역 내에서 병원과 업체들이 의료 빅데이터를 활용하려고 해도 제대로 된 가이드라인조차 없다.”



┃하고 싶은 말은

“원주의료기기 산업은 20여년전 보육센터 시절부터 육성돼 왔다. 첨복의료단지로 지정되지 못해 아쉬움이 있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디지털 헬스케어와의 접목을 통해 한 단계 도약해야 한다. 특히 빅데이터를 활용한 인공지능에 대한 연구개발 없이는 의료기기 기업의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이제부터라도 산·학·연·관이 뭉쳐서 제품을 개발하고 정부나 강원도는 미래의 먹거리 산업인 디지털 헬스케어 구축을 위해 지속적으로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 박현철 lawtopia@kado.net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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