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출산·육아까지 단절없는 지원, 육아왕국 기틀 다진다
지속적이고 과감한 육아·출산 시책
2007년 인구 60만명 붕괴 후
육아왕국 돗토리조례 제정
보육료 무상화·병원비 지급
공동육아에 기업 적극 참여
지난해 출산율 전국 7위 상승
청년층 유출 억제·유턴 효과

일본은 세계적으로 저출산·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다.하지만 일본의 가장 작은 광역자치단체인 돗토리현은 10년전부터 파격적인 육아시책으로 출산율 향상과 젊은층의 유턴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어 우리나라와 강원도의 저출산대책에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본지 취재팀은 최근 다양한 출산·육아시책을 시행하고 있는 일본 돗토리현과 오카야마현을 찾아 저출산의 해법을 모색했다.일본 취재기를 3회로 나눠 보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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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돗토리현은 만남부터 임신,출산,육아에 이르기 까지 시기별 맞춤형 지원시책을 추진,출산율을 향상시켜나가고 있다.사진은 돗토리현의 지원으로 운영 중인 숲유치원인 이키이키 세이키보육원 원장과 원아들이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다. 돗토리현/김명준

■ 육아왕국 건국선언

일본 서쪽 끝에 위치한 돗토리현은 돗토리시,구라요시시,요나고시 등 4개시 14정 1촌으로 구성된 광역자치단체로,지난 1994년부터 강원도와 우호 교류를 맺고 있다.전체 인구는 일본 43개현 중 가장 적은 57만명에 불과하다.지난 2007년 청년층 유출과 저출산 여파로 지역주민의 심리적·경제적 마지노선으로 여겼던 인구 60만명이 붕괴되면서 지역소멸의 위기감이 감돌기도 했다.이런 작은 도시가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자치단체로 부상한 배경은 무엇일까.

돗토리현은 인구 60만명이 무너진 이듬해인 2008년 합계출산율이 1.43명(전국 17위)까지 떨어졌다.하지만 이 때부터 파격적인 저출산극복대책과 ‘아이 키우기 좋은 육아지원시책’을 본격적으로 시행하면서 지난해 출산율은 전국 7위인 1.66명까지 올라왔다.이 기간 일본 전체 출산율이 1.37명(2008)에서 1.43명(2017)으로 사실상 제자리에 멈춰 있는 점을 감안하면 돗토리현의 저출산대책은 주목할 만 하다.

돗토리현은 2007년 외부 이주민을 적극 유치하기 위한 ‘이주·정주 서포트센터’을 개설한 데 이어 2009년 주택상담원 제도를 운영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이에 이듬해인 2010년 9월 ‘아이가 사회의 보물이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육아왕국 돗토리 건국’을 공식 선언하고 행정조직 내 ‘육아왕국추진국’을 본격 운영하기 시작한다.또 만남부터 결혼,임신,출산,육아,학습에 이르기 까지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저출산대책을 수립,예산과 행정을 집중 지원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2014년 3월 육아왕국 돗토리 조례를 제정해 육아지원과 저출산 극복을 위한 ‘현’과 ‘시·정·촌’의 의무와 보호자,주민,사회단체의 역할을 명문화했다.

 

 

 

 

■ 저출산 대응 주요 시책

돗토리현 저출산시책의 핵심은 결혼을 위한 만남부터 임신,출산,육아로 이어지는 모든 단계에서 연속적인 지원시책을 마련해 육아로 인한 경제적·신체적·정신적 부담을 경감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돗토리 만남 서포트센터=2015년 12월 돗토리 거주자 및 근무자,이주희망자 중 20세 이상 독신 남녀를 대상으로 만남을 주선하는 기구로 개설됐다.등록비용은 2년간 1만엔이다.현재 1700여명이 등록돼 결혼과 관련된 정보를 받고 있다.

△보육료 무상화=지난 2014년부터 우리나라의 군단위에 해당하는 정(町)이 지역 내 보육소,어린이집 등의 보육료를 무상화할 경우,현(縣)이 그 경비의 2분의 1를 지원하고 있다.이 같은 시책영향으로 인구 3000명 내외의 도시인 와카사정에는 어린이 22명 포함 15가구가,니치난정은 12가구가 각각 전입하는 효과를 거뒀다.또 2015년 9월부터 전국에서 처음으로 셋째 자녀 이후의 보육료를 전액 지원하고 연수입 360만엔 미만의 가구 중 첫째 자녀와 동시 재원 중인 둘째 자녀의 보육료도 무상화했다.보육소 등을 이용하지 않는 재택육아가구에 대해서도 0세 아동에 대해서도 매달 1인당 3만엔을 지급한다.

△어린이 의료비 지원=육아가정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난 2011년부터 중학생까지 통원치료에 따른 본인부담액 중 하루 최대 530엔,입원시 하루 1200엔을 지자체 예산으로 지원한다.지원대상은 소득수준과 관계없다.돗토리현은 이 제도를 지난 2016년 4월부터 전국에서 최초로 만 18세까지(고교생) 확대,시행해 학부모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육아세대 포괄지원센터=지난 해부터 돗토리현 내 17개 시·정·촌에 산전·산후 상담과 헬퍼파견,단기 보호 등 임신기부터 육아기간까지의 지속적인 지원체제를 갖추기 위해 전담기구를 설치,운영하고 있다.

△3세대 동거세대 지원=3세대가 함께 거주하는 주택 취득시 부동산취득세를 경감하고 주거 신축·보수비를 지원한다.조부모 세대의 손주육아를 활성화하기 위한 장려책도 시행하고 있다.

△이쿠보스의 날 제정=지역 내 기업이 육아환경개선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매달 19일을 이쿠보스(육아지원사장)의 날로 정했다.이날을 ‘잔업없는 날’로 정해 공동육아의 사회적 분위기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 같은 출산·보육시책은 출산율 향상뿐 아니라 이주민 유입에도 효과를 냈다.돗토리현 이주자수는 지난 2009년부터 2014년까지 모두 4344명에 달해 전국 1위를 기록했다.지난 해에는 한해 최고인원인 2127명이 돗토리현으로 옮겨왔다.청년층의 유출 억제와 유턴의 효과도 기대 밖의 수확이다.사이오 돗토리현 생활지원과장은 “육아지원책의 주목표는 지역실정과 환경에 맞는 지원책을 마련하되 양육자가 긍지와 기쁨을 느끼며 안심하고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육아왕국의 실현을 목표에 두고 추진했다”며 “해마다 보육료 지원대상을 확대해 육아부담으로 인한 결혼기피나 비출산현상 등에 대한 인식을 조금씩 바꿔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돗토리현/박창현 ·김명준

>>> 돗토리현 이주·정주시책

 

 

 

 

 

파격적 시책 부서 명칭도 파격…저출산 강력 대응 의지
인터뷰 - 키모토미키 돗토리현 육아왕국추진국장

 

 

 

 

“저출산대책은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전략으로 추진돼야 합니다.”

키모토 미키(Kimoto Miki) 일본 돗토리현 복지보건부 육아왕국추진국장은 최근 돗토리현 청사에서 본지 취재팀과 만나 “저출산과 인구감소은 단순한 대책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라며 “지난 10여년간 끈질긴 행정지원과 시책발굴,지역사회의 협력이 있었기에 가시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말했다.그는 “지난 2010년 9월 ‘육아왕국’ 건국을 선언하면서 ‘돗토리에서 자녀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모두가 할 수 있는 파격적인 지원시책을 고민했다”며 “전담부서 명칭을 신설하면서 행정부서명으로는 다소 독특한 ‘육아왕국추진국’ ‘육아응원과’ 등으로 정해 육아문제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나타내 호응을 얻었다”고 설명했다.키모토 미키 국장은 “저출산의 위기감이 워낙 심각해 한국에서 제기된 ‘포퓰리즘’이나 ‘과잉복지’라는 논란이 제기되지 않았다”며 “적절한 인력관리와 사업조정을 통해 저출산과 인구대책예산을 마련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고 했다.

이어 “저출산 극복은 행정에서 컨트롤타워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아이는 우리가 함께 키운다’는 사회적 분위기와 육아환경이 전제조건으로 마련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지역사회 모두가 ‘돗토리 육아부대’라는 절실한 심정으로 ‘육아왕국’ 조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키모토 미키 국장은 또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인구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 사전에 비혼남여와 청년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정확한 문제진단과 분석을 진행했다”며 “이를 토대로 인근 지자체를 포함한 청춘남여들의 만남과 결혼을 주선하는 기구를 신설하고 보육료를 무상 또는 최소화하는 지원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그는 끝으로 “지역특성에 맞는 숲유치원 운영,영아부터 고교생까지 의료비 지원,3세대 동거세대 지원강화 등의 특수시책이 지속적으로 추진되면서 해마다 이주민도 큰 폭으로 늘고 있다”며 “일본 최고수준의 육아환경은 출산율 상승뿐만 아니라 인구유입효과와 대외적인 도시이미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돗토리현/박창현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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