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농업현장=아이들 체험교육장, 보육원 중심 마을 회생

▲ 숲유치원으로 운영 중인 돗토리현 이끼이끼 세이키 보육원 아이들이 즐겁게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돗토리현/김명준
▲ 숲유치원으로 운영 중인 돗토리현 이끼이끼 세이키 보육원 아이들이 즐겁게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돗토리현/김명준

주민과 기업이 참여하는 좋은보육

# 마을 살리는 공보육프로그램

돗토리시 도심에서 20여분 거리에 떨어진 세이키지구 고쿠초 마을의 ‘이끼이끼 세이키 보육원’.산과 하천으로 둘러싸인 전형적인 농촌마을 한복판에 자리잡은 보육원에는 모두 14명의 취학전 아동이 통원하고 있다.이곳 보육원은 여느 유치원과 달리 돗토리 시내에서 먼길을 마다하지 않고 오고다니는 아이들이 14명 중 12명에 달한다.이들 아이들의 부모들은 도심에서 체험할 수 없는 자연의 환경을 활용한 ‘숲 유치원’프로그램에 매력을 갖고 있다.숲 유치원은 마을주민이 재배하는 농업현장을 아이들의 체험교육장으로 활용하고 인근 하천과 습지는 또하나의 생생한 놀이터로 이용한다.일주일 교육일정 중 10시간 이상을 자연의 현장으로 나간다.

지역주민은 아이들의 보육을 위해서라면 모든 프로그램 일정에 시간을 할애한다.사실상 보육원이 마을의 거점인 셈이다.유타니 히사미(湯谷久實) 이끼이끼 세이키 보육원장은 “고쿠초마을은 급격한 인구감소와 저출산으로 초·중·고교 폐교에 이어 행정기관과 금융점포가 연쇄 폐쇄되며 지역 통폐합까지 거론됐다”며 “하지만 보육원을 중심으로 마을을 회생시키기 위해 주민들 모두가 보육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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돗토리현은 지난 2015년 3월부터 이 같은 형태의 공립 숲 유치원 인증제도를 신설,현내 5개 시·정에 모두 8곳의 숲 유치원을 설치했다.대부분 외곽지역에 위치한 시설로,3세 이상 아동부터 미취학 아동까지 15명 내외의 아이들이 다니고 있다.보육자는 아동 6명 당 1명 이상 배치하고 원칙적으로 주 3일,연간 39주 이상 자연필드에서 활동해야 숲 유치원 인증을 받는다.특이할 점은 지즈정의 마루탄보 숲유치원의 경우 재원 아동 16명 중 7명이 도심에서 옮겨왔다.구라요시시 ‘자연하교를 여행하는 나무’ 유치원도 10명 중 8명이 숲 유치원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이주했을 정도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공립시설이다 보니 연간 시설운영비 250만엔 중 행정기관에서 210만엔 가량을 지원하고 있어 학부모들의 부담이 거의 없다.

키모토 미키 일본 돗토리현 육아왕국추진국장은 “지역 자연환경을 활용한 보육시설 운영으로 아이들의 정서를 살리면서 소규모 마을도 활성화시키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며 “다양한 공보육제도를 통해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여건을 조성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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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돗토리 육아대 창설

지난 2010년 ‘육아왕국 돗토리’ 건국과 동시에 창설된 조직이 ‘돗토리 육아대’이다.지역 내 육아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과 ‘도와 줄 수 있는 사람’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돗토리현 정보사이트 ‘보란토리’를 통해 육아와 관련된 자원봉사정보를 제공하고 있다.현재 지역 내 95개 단체,4218개 기업이 동참했고 개인 1330명이 등록돼 활동하고 있다.지역사회가 아이들을 함께 함께 양육한다는 분위기 조성과 지역사회단체의 육아 봉사를 통해 ‘아이 키우기 좋은 돗토리현의 가치’를 알리는데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

# 젊은 층의 이주·정주 촉진 성과

돗토리현은 해마다 감소하는 인구대책의 하나로 젊은 층의 이주를 적극 유인하고 있다.지난 2007년 ‘이주·정주 서포트센터’를 설치한 데 이어 2012년부터 모든 시정촌에 이주 희망자를 위한 주택상담창구를 운영하고 있다.앞서 2010년부터 간사이,도쿄 등 대도시 거주자들의 이주를 돕기 위한 현지 상담창구도 개설했다.도시민에게 돗토리를 알리기 위한 ‘돗토리 생활체험 투어’도 실시하고 있다.특히 지역출신자 중 외지로 나간 청년들의 ‘유턴’을 유도하면서 유출을 억제하기 위한 지속적 관리와 지원을 펼쳐나가고 있다.이주희망자가 사전에 돗토리생활을 체험할 수 있도록 단기간 거주할 수 있는 주택을 13개시정촌에 27동을 조성했다.사용료는 월 3만~4만엔 가량을 받는다.

돗토리현은 이 같은 다양한 이주·정주 촉진시책을 시행한 결과 지난 해 이주자수가 역대 최다인 2127명에 달했다고 밝혔다.지난 2007년 이주자가 65명에 불과했던 수치와 비교하면 30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지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최근 5년간 이주자는 모두 8309명으로 집계될 정도로 매년 큰 폭으로 늘고 있다.오카자키(岡崎) 와카사정 고향창생과장 보좌는 “젊은 부부들이 직장 보다는 보육하기 좋은 여건을 고려해 이주할 경우 당분간 거주할 수 있는 주택을 제공하거나 안정적으로 정주할 때까지 지원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며 “보육환경이 크게 개선되면서 이주문의도 해마다 늘고 있다”고 말했다.

# 매달 19일은 이쿠보스의 날

돗토리현이 육아왕국으로 주목받는 여러 이유 중 하나는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다.이를 위해 돗토리현은 2004년 2월부터 남녀가 함께 일하기 좋은 직장만들기 운동을 벌여 올 4월말 현재 지역 내 687개 기업을 ‘남녀공동참여추진기업’으로 인증했다.또 ‘육아왕국 돗토리현’ 추진에 기여하는 협력기업에 대한 인증사업도 추진하고 있다.인증평가는 기업의 지역공헌과 직장 내 보육여건,여성의 근로환경 등을 △지역활동 △워크 라이프 밸런스 △육아 및 교육지원 △청년취업 지원 △여성활약 추진 등 5개 분야로 나눠 실시하고 있다.분야별 우수기업은 인증을 상징하는 ‘★’표를 부여해 대내외홍보에 적극 활용하도록 돕고 있다.

돗토리현이 저출산 대책 일환으로 기업과 손잡고 추진하는 대표적인 시책으로 ‘이쿠보스(IKU·育+Boss)의 날’을 들 수 있다.이쿠보스의 날인 매달 19일을 ‘노(NO) 잔업 데이(Day)’로 정해 이날만큼은 가정에 충실하도록 유도하고 있다.이 제도의 시행을 위해 지난 2015년 6월 돗토리현내 경제·노동단체와 경찰,교육청 등 행정기관 11곳이 이쿠보스 공동선언을 발표했다.이듬해 1월에는 현 내 모든 시·정·촌 자치단체장이 이쿠보스 선언에 동참했으며 올 4월 현재 이쿠보스 선언기업은 380개사로 늘었다.

돗토리현/박창현·김명준


“산전산후·육아휴직 사용 적극 권장, 애사심 더 높아져”
‘여성이 일하기 좋은기업’ 인증 가도야식품

[인터뷰] 가도야 나오키 대표

 

 

 

 

가도야 나오키 대표
가도야 나오키 대표

 

돗토리현 사카이미나토시에 소재한 중소기업인 가도야식품은 연매출 3억2000만엔 규모의 중소기업으로,주부 등 여성직원들의 작업환경 개선을 통해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주로 바다와 맞닿은 지역적 특성을 살려 ‘전갱이 생선’에 빵가루를 입혀 요리하는 음식을 생산하고 있다.2016년 3월 돗토리현이 인증한 ‘여성이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선정된 데 이어 지난해에는 돗토리현 지사가 수여하는 우수기업 표창도 받았다.

가도야 나오키(角谷 直樹) 가도야식품대표는 대학 졸업후 도쿄 소재 대기업에서 경력을 쌓고 소도시인 고향으로 돌아와 2015년부터 부친의 대를 이어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경영책임자를 맡은 이후 가장 먼저 여성들의 근무환경 개선에 나섰다.당시 전체 직원 38명 중 30명 가량이 여성이었고 이중 주부가 25명 내외로,높은 비중을 차지했기 때문이다.60세 이상 여성직원도 상당수를 차지했다.여성들을 위한 근무환경 개선은 우선 화장실 시설을 현대식으로 바꿨고 시간제로 근무하는 여성직원들의 보수조건을 정규직에 준하는 처우로 상향조정했다.출산·육아기 직원들의 산전·산후 육아휴직 사용을 적극 권장하고 휴직기간이 끝나고 복직하더라도 부당한 피해가 없도록 조치했다.가도야 나오키 대표는 이 같은 회사분위기가 정착되면서 퇴사자가 크게 줄고 애사심도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여성이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인증받았는데 그 이유는.

“기업 특성상 여성직원이 상당수를 차지하는 만큼 이들이 직장생활에 대한 보람을 느껴야 회사도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무엇보다 제도상 규정된 산전 4주,산후 8주,육아휴직 1년6개월간의 휴무를 눈치 보지 않고 사용하도록 유도했다.여성직원이 일하기 좋은 사내분위기를 조성하면서 우리 회사 직원들의 자녀 출산율도 일본 전체나 돗토리현 보다 높은 평균 2명 내외에 이르고 있다.”

-여성 우대 경영이 기업의 수익이나 생산성을 저하시킨다는 우려는 없었나.

“젊은층 인구는 크게 줄고 노인층이 늘고 있는 군소도시의 실정에 맞는 효율적인 인력운영에 고민이 많았다.여성,장애인,노인 같은 사회적 약자의 고용은 수익성 보다는 지역사회와 성장해야 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관련있다.근무분위기를 개선하면서 퇴사자가 줄고 장기근무자가 늘어 품질향상과 생산성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거뒀다.기업도 지역사회의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중추적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이를 위해 직원들이 일과 가정을 균형있게 생활할 수 있는 근무여건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돗토리현/박창현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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