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암호와 북한강을 빼놓고 춘천을 말할 수 있을까싶다.어느 지역을 막론하고 한 도시는 물길을 따라 형성되기 마련이다.물을 얼마나 잘 다루고 이용하느냐에 따라 한 지역의 흥망이 좌우된다.물을 잘 다루고 산을 잘 가꾸는 것은 동서고금에 변함없는 정치의 요체가 될 것이다.강원도에서 발원한 남한강과 북한강이라는 두 개의 큰 강이 만나 한강을 만들었고 이것은 우리나라 수도 서울을 있게 한 배경이다.

춘천을 ‘호반(湖畔)의 도시’라고 하는데 북한강과 이 물길을 따라 생겨난 의암호,춘천호,소양호를 비롯한 여러 호수가 이런 정체성을 만든다.이 강과 호수야말로 말없이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오늘의 춘천을 만든 바탕이다.그것은 이미 지난 문제가 아니라 오늘의 실존이기도 하고,미래의 모습을 결정하는 요소이기도 하다.강과 호수는 지금의 겉모습이자 도시의 정서를 규정하는 인자(因子)가 된다.그 규모는 다르지만 춘천과 비슷한 정서를 가진 도시가 중국의 7대 고도(古都)로 손꼽히는 항주(杭州)다.전당강(錢塘江)이라는 큰 물길과 서호(西湖)라는 큰 호수를 끼고 도시가 형성되고 발전해 왔다.전당강과 서호는 춘천으로 치면 북한강과 의암호쯤이 될 것이다.이 강과 호수를 통해 이곳의 경제가 번성하고 문화를 꽃피워왔다.이런 강과 호수,자연을 잘 살리면서 독특한 도시정체성을 만들어왔다.

북송 때 소동파(蘇東坡)가 지방관을 지냈다.그가 남긴 많은 시문이 이곳의 풍정을 노래한다.“서호의 경치는 천하의 으뜸이라/현자 우자 가릴 것 없이 모두 와서 노닌다/얕든 깊든 각자 구하는 바에 따라 감상하나/뉘라서 그 전경을 알리요?(西湖天下景 遊者無賢愚 淺深隨所得 誰能識其全)” “전당의 호숫가 산을 두루 유람하고서/돌아와 쓴 시어에는 꽃향기가 머금었네.(遊遍錢塘湖上山 歸來文字帶芳鮮)”

이곳 출신의 알리바바 그룹 마윈(馬雲) 회장과 서호에서 펼쳐지는 장이모(張藝謨) 감독의 ‘인상시후(印象西湖)’는 항주의 경제와 문화를 상징한다.이재수 춘천시장이 소양강과 의암호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구상을 밝혔다.시설보다 자연과 역사,문화콘텐츠에 초점을 두겠다고 한다.멀쩡한 얼굴에 칼을 대 ‘성형도시’를 만들 까닭이 없다는 점에서 옳은 방향이다.항주에서 많은 실마리를 찾기를 바란다.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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