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없을 소중한 순간들 우리 가족 행복한 미래 그리다

육아를 재수하고 또 재수한다.저녁 준비를 본격적으로 하려는 찰나 다급하게 나를 부른다. “엄마,건이가!” 오후에 장보고 정리도 제대로 못 한 상태인데,마음이 급해졌다. “응,그래” 그러면서 몸을 움직였다.거실에 있어야 할 셋째와 넷째가 안 보인다.가슴이 철렁 소리를 낸다.다시 부른다.엄마 소리 나는 화장실 문을 열어보니 ‘억’ 소리 나게 하는 사건들이 나를 놀리기라도 하듯 그렇게 또 펼쳐지고 있었다.자라 보고 놀란 마음을 쓰담쓰담해 줄 시간적 여유도 없다.이건 분명 대형 사고다.

첫째 예반이는 본인 칫솔로 엄마를 연신 따라하던 아이였다.칫솔로 변기를 구석구석 쓱쓱 닦아서 청소하던 아들 녀석이 그 칫솔로 이를 닦던 사건! 난 그 이후로 화장실 청소엔 과하게 락스로 청소하는 버릇이 생겼다.우리 집에는 물 싫어하는 애들이 없다.그래서 화장실 문만 열리면 횡재다 싶어 탐색전에 임한다.그래서 늘 화장실은 출입금지 1번 목록에 올라있다.그래도 3살만 되어도 본인 스스로 화장실의 문을 봉인 해제하는 능력자들이다.언젠가는 둘째,셋째가 화장실을 비누거품 범벅으로 만들어서 둘째가 엄마에게 큰 녀석이 동생이랑 사고 친다고 ‘등짝 스메싱’을 맞고 울었었다.화장실에 뽀로로 딸기 치약을 화장실 바닥에 다 짜내어 온통 딸기향 가득하게 만들었던 일과 하얀 비누 구석구석 거품으로 미끄럼놀이하다 동생이 넘어져 울고 강제로 엄마 손에 이끌려 목욕 종료했던 사건들이 스치면서 오늘의 참사를 보니 난 또 육아를 재수하고 있구나 싶다.같은 일을 네 번씩 겪고 있는 난 분명 재수생이다.육아 재수생!

이번엔 시골 할아버지가 서울 상경해서 화장실에서 새로운 샘물을 발견한 변기 이야기이다.돌쟁이가 처음으로 신기한 샘물을 발견한 사건,엄마가 네 명의 자녀를 거치며 겪은 화장실 사고 중 최고다.예건아,이건 무슨 목욕법이니! 화장실 문 벌컥 열어 보니 한쪽엔 셋째 예린이가 옷을 벗어 제치고 세면대에서 치카를 한다고 서 있고,동생이 들어가지 말아야 할 곳에 들어간다고 누나가 계속 “안돼”를 외치고 있다.난 넷째 예건이가 발 받침도 없는데 어떻게 변기에 들어갔을까? 미스터리이면서도 다치지 않고 그곳에 들어가셔서 시원하게 얼굴이며 손에 변기물로 장난치는 막내가 용납이 안돼서 그 모습 그대로 욕조에 옮겨놓고 신생아실에서 쓰는 손 소독제를 과하게 뿌렸다.병에 걸릴까 하는 염려가 사그라지도록 그리고 샴푸며,비누며,몇 번이고 씻기고 또 씻기고 나와서도 소독하고 옷을 입혔다.이건 내가 화장실에서 겪었던 사건 중에서도 요즘 말하는 ‘대박’ 과 ‘헐~’ 이 절로 나오는 큰 사고였다.아니 마지막 사건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놀란 가슴을 로션 바르면서 위로 삼았다.그래도 감사한 것은 올라가다 떨어졌다면 크게 다쳤을 사건인데 그래도 옆에서 셋째 누나가 엄마를 빨리 불러주어 큰 사고 나기 전에 도착했다는 것이다.

다들 이 이야기를 하면 예건이 안아주며 냄새날까 걱정된다고 “하하” 웃었다.그리고 내 기억에는 시간으로 잊혀져가는 추억들이 새록새록 다시 생각나는 계기가 되었다.추억은 지나갔을 때 더 소중하게 다가오는 기억들이다.큰 아이의 3살은 다시 없다.그래서 소중한 추억이다.가장 예쁘고 다시없을 소중한 시간들이 모여서 내일이 온다.지금 행복하지 않는데 미래가 어떻게 행복할까? 지금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어야 하는 시간들 지금 최선을 다하면 분명 내일도 최선만큼 살아지겠지…. 전미라·춘천 퇴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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