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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품명품(珍品名品)

김상수 2018년 07월 27일 금요일
매주 일요일 낮에 방송하는 ‘진품명품’이라는 KBS 프로그램이 있다.간판 그대로 묻혀있는 보물을 찾아내 가치를 매겨보는 포맷이다.오래 된 서화는 물론 가구,골동품,생활용품에 이르기까지 세월 속에 묻혀있는 선조들의 유산이 대상이 된다.95년에 첫 방송을 시작했으므로 20년 넘게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의뢰인의 출품을 받아 퀴즈 형식으로 물건의 실체와 진가(眞價)에 접근해 가는 방식이 재미를 준다.

그동안 수많은 보물이 출품돼 진위가 가려지고 빛을 보았다.이 프로가 오래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한 마디로 기름기 없음,담담함이 아닐까 생각해본다.과장하거나 꾸밈이 없이 진솔하게 시청자에게 다가가는 방식이 은근 뒷심을 쓴 것이다.휴일 한 때의 편안한 정서를 해치지 않고도 흥미와 유익함을 동시에 주는 것이 자랑일 것이다.꼭 봐야한다는 강박도 없고 그저 눈에 걸리는 대로 편하게 대할 수 있어 좋다.

나처럼 일요일 출근하는 이들에게는 ‘휴일+출근’이 주는 정서적 충돌 같은 게 있다.이럴 때 이런 프로는 가끔 호흡을 조절하고 마음을 가다듬어 준다.지난 주 일요일에는 한 의뢰인이 아버지로부터 결혼선물로 받은 조선후기의 문인 신위(申緯·1769~1847)의 서화를 들고 나왔다.꽃그림의 배경이 있는 종이에 “貪嗔癡法無人我(탐진치법무인아) 來去今生了是非(내거금생요시비)”라는 대구(對句)가 적혀 있었다.

못난 글을 써 견향 스님에게 보낸다(拙句爲見香師)는 협서(脇書)가 달려있었다.앞의 것은 탐욕과 성냄,어리석음이라는 세 가지 독(三毒)을 없애는 방법은 나와 남이 따로 없는 경지에 이르러야 한다는 것이다.뒤의 것은 과거와 현재,미래의 삼생(三生) 인과(因果)를 깨달아서 옳고 그름의 경계를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다.이것이 어찌 불가(佛家)에 국한된 언어이며 대가(大家)와 고승이 주고받는 그들만의 대화이랴.

세상의 많은 문제가 나와 너를 구분 짓는 데서 싹이 튼다.욕심을 부리고 분노하고 어리석은 결론을 내리는 게 다 그렇다.‘오늘’이라는 좁은 시간에 갇혀 과거를 외면하고 미래를 놓치는 것이다.오랜 침묵을 깬 낡은 족자 한 폭이 그 경계를 허물라는 깨우침을 준다.이날 감정가는 1천500만원이었다.그러나 진짜 가치는 받아들이는 각자의 몫일 것이다.의뢰인의 진품이 아니라 나의 진품으로 만들었으면 좋겠다.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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