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가 기승를 부릴 때 가장 많이 회자되는 말이 ‘이열치열(以熱治熱)’이다.‘열(熱)은 열로써 다스린다’는 이 말은 한 겨울에 얼음을 띠운 냉면을 권하면서도 ‘이냉치냉(以冷治冷)’으로 바꿔 비유할 정도로 친숙하다.또 ‘이에는 이,눈에는 눈’ 즉 받은대로 돌려준다는 함무라비법 정신과도 닮았다.하여간 이열치열은 한방에서 열을 열로 다스리거나,한 여름 더위에 뜨거운 차를 마셔 더위를 물리친다는 데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7월의 마지막 날인 오늘도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특히 올 여름은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더위 열전’이 펼쳐지고 있다.요즘같은 더위를 보면 더위에도 수준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괜한 생각마저 들게 한다.지금 더위는 물과 더위가 겹쳐져 높은 온도와 높은 습도로 인해 그야말로 ‘무더위’라고 할 수 있다.이런 더위는 햇볕이 뜨겁게 내리쬐는 ‘불볕더위’ 혹은 ‘불더위’보다 사람들을 더욱 힘들게 한다.

‘(햇볕을) 퍼붓고 불태운다’는 폭염(暴炎)은 수많은 인명피해를 내는 자연재해이기도 하다.근래들어 최악의 폭염피해는 15년 전인 2003년 유럽에서 발생했다.프랑스와 독일,스페인 등 유럽 8개국에서 무려 7만 여명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희생자 대부분은 혼자 집에서 생활하는 노인들이었다.이보다 앞서 1995년에는 미국 시카고에 40도에 달하는 가마솥 무더위가 습격했다.이 폭염으로 465명이 희생했는데,그 중 절반이 75세 이상의 노약자였다.

우리나라는 1994년 발생한 폭염으로 3384명이 목숨을 잃었다.당시 폭염은 기상재해 중 가장 큰 사망피해를 입힌 것으로 기록됐다.그리고 2018년 여름의 폭염.장마마저 일찍 끝나면서 한 달 이상 폭염이 계속될 것으로 기상청은 예보하고 있다.7월을 보내는 요즘이 그 정점에 달한 느낌이다.1994년의 더위마저 능가할 것이라고 한다.연일 최고 기온기록을 경신하면서 그야말로 끝이 보이지 않은 더위열전이 펼쳐지고 있다.

그래서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을에 접어든다는 ‘입추(立秋)’가 기다려진다.모기 입도 삐뚤어진다는 처서(處暑)도 대기하고 있다.이 때쯤이면 지긋지긋한 더위 열전도 꺾이고 선선한 가을바람이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니 힘을 내자.

천남수 사회조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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