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문화재 야행
내일부터 이틀간 명주동 등
8개 테마 35개 프로그램 운영
지역 설화 연희극 등 볼거리
서부시장 먹거리마당 운영
수제 맥주·감자전 등 다채
강릉은 ‘문화의 도시’다.강원도내 유·무형 국가·지방문화재의 20여%가 강릉에 몰려있다.강원도 문화재 가운데 5개 중 1개는 강릉시에 속해 있다는 말이다.그래서인지 강릉에서는 눈돌리는 곳마다 어렵지 않게 문화재를 만나게 된다.특히 고려시대부터 최근까지 강릉의 행정 중심지이자 강릉 문화재 야행이 열리는 주무대인 명주동에도 국보와 사적,근대문화유산 등 문화재들이 즐비하다.이번 야행을 통해 만날 수 있는 문화재는 강릉 대도호부 관아(사적 제388호)와 강릉 임영관 삼문(국보 제51호),칠사당(강원도유형문화재 제7호),임당동 성당(등록문화재 제457호) 등이다.각각의 문화재에 얽힌 이야기들이 흥미롭지만 강릉 문화재 야행의 주인공인 강릉 대도호부 관아가 품은 역사는 조금 더 극적이다.
조선 영조 때 편찬된 강릉의 인문·지리·역사서인 ‘임영지’에 따르면 강릉 대도호부 관아는 고려 태조 19년(936년) 총 83칸 규모의 관사로 창건됐다.조선시대까지 강릉의 행정중심공간으로 사용된 이 건물은 1927년 일제강점기 때 강릉 공립보통학교가 세워지면서 객사문(임영관 삼문)만 남고 강제철거됐다.이후 이곳에는 강릉경찰서가 들어섰는데 1993년 경찰서 건물을 철거하고 강릉시청을 신축하기 위해 발굴조사를 하던 중 다량의 유구가 발견되면서 시청 신축 계획은 무산되고 문화재 복원 작업이 시작됐다.강릉 대도호부 관아의 복원 계획이 마무리되는 시점은 2023년이다.
야행의 주무대 답게 관아에서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된다.수령에서부터 향리,악공,관노까지 옛 강릉대도호부관아의 구성원들이 입었던 복식을 조명한 의복 패션쇼와 수문장 교대식 퍼포먼스,지역 설화에 등장하는 인물인 강릉부사 정경세를 소재로 만든 연희극 공연을 비롯해 다도 체험,강릉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사진전 등이 펼쳐진다.또 강릉의 인간문화재와 직접 교류하며 문화 체험을 할 수 있는 마당도 꾸려진다.이와 함께 근대문화유산인 임당동 성당에서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 공연이 3차례에 걸쳐 마련되고 칠사당에서는 고을 수령이 시행하던 7가지 정무(호구,농사,병무,교육,세금,재판,풍속,비리단속)를 활용한 문화 프로그램들이 운영된다.
강릉 서부시장은 1977년 상설 시장으로 개설됐다.1982년에는 노후된 시장 건물을 철거하고 주상복합 건물로 재탄생했으나 상세가 약해 활성화 대책 마련에 대한 목소리가 높았다.이렇듯 침체돼 있던 도심의 전통시장이 ‘강릉 문화재 야행’을 통해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서부시장에서는 ‘달달한 서부시장 4색(色) 4미(味)’를 테마로 침샘을 자극하는 다채로운 먹거리 마당이 펼쳐진다.먼저 전국 10여개 수제맥주 브루어리들이 참여하는 ‘수제 맥주 거리’가 조성된다.거리에는 복고 느낌을 더해줄 드럼통 테이블이 설치되고 맥주 맛을 한층 북돋워 줄 버스킹 무대도 마련된다.특히 버스킹 공연의 경우 강릉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들로 구성된 ‘비어 스테이지’가 꾸민다는 점에서 새로운 문화적 경험이 기대되고 있다.
강릉에 왔다면 꼭 한번 맛봐야 할 음식인 ‘감재적(감자전)’도 한층 특별한 분위기에서 맛볼 수 있다.서부시장 상인들이 주축이 돼 옛 주막의 모습을 재현한 ‘서부주막’에서는 ‘주모’가 내어주는 바삭하고 쫄깃한 감자전과 함께 시원한 막걸리를 먹을 수 있다.아울러 이번 야행에서는 예술가들의 손길로 다시 태어난 서부시장 상점의 모습도 만날 수 있다.청년 예술인들이 꾸민 서부시장의 ‘김승유네 야채가게’를 보고 싶다면 지금 당장 강릉 문화재 야행으로 달려갈 일이다. 이서영 arachi21@kad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