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복과 대서,중복을 지나 곧 입추.그런데도 더위는 물러설 줄 모른다.어제는 111년만의 기록을 깨며 한 낮 최고 기온이 41도를 넘었다.서울과 춘천 횡성을 비롯해 전국이 펄펄 끓는다.이런 기세라면 말복(16일)까지 더위와 씨름해야 할 판.삼복(三伏)은 1년 중 가장 더운 날이다.초복은 하지 이후에 셋째 경일(庚日)이고 넷째 경일은 중복.말복은 입추 후 첫 번째 경일이다.천간(天干) 중 유독 경일이 복 날인 것은 경의 속성과 관계가 깊다고.경이 오행상 금(金)이며 계절로는 가을을 상징하기 때문이란다.복(伏)에 ‘가을의 시원한 기운(庚)이 일어서지 못하고 엎드려 복종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다.

三伏과 떼 놓을 수 없는 것이 음식.조선 순조 때 편찬된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를 보면 “복날에 개장국을 먹으면 양기를 북돋우고 더위를 물리친다”고 했다.허준의 ‘동의보감’에도 “개고기는 오장을 편안하게 하며,혈맥을 조절하고 장과 위를 튼튼하게 한다.골수를 충족시켜 허리와 무릎을 따뜻하게 하고,기력을 증진시킨다”고 설명한다.우리 선조들이 개를 식용한 흔적도 신석기 유적과 고구려 고분벽화 등 곳곳에 남아있다.시대가 달라졌다고 ‘개고기 식용문화’를 무조건 힐난할 일이 아닌 것.

기력을 보충하는 삼복 음식은 개장국 뿐 만이 아니었다.쏘가리로 끓인 금린어탕과 민어매운탕,소의 양을 이용한 양즙(탕),장어탕,추어탕은 옛부터 폭넓은 사랑을 받아왔다.닭고기를 삶아 육수를 낸 뒤 차갑게 식힌 국물에 참깨를 갈아 넣은 임자수탕은 쉽게 맛볼 수 없는 복날 요리였다.팥칼국수는 지금까지도 즐겨먹는 여름 보양식이고.이밖에 냉국,편수,화채 등이 무더위를 극복하는 음식으로 대접 받는다.

더위를 더위로 물리친다는 ‘이열치열(以熱治熱)’은 과학적 근거가 희박하다.한의학 서적에도 나오지 않는 얘기.그렇다면 이 폭염 속에서 무엇을 먹어야 할까.시원한 계곡에 발 담그고 먹는 음식이 최고!열을 열로 다스리기보다 더우면 식히는 지혜가 필요하다.‘더위에 장사 없다’는 말은 허언이 아니다.말복까지는 아직 보름이 남았고,더위는 지속될 것이라는 예보다.열사병에 신음하기 전에 미리미리 건강을 챙기고 기력을 보충해야 한다.먹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강병로 논설위원 brka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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