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횡성 르포
■ 35년 횡성 한우사육 농가
차광막·스프링클러에도 역부족
한우 몸무게 줄어 등급하락 우려
전문식당 휴가철 불구 특수 실종

▲ 연이은 폭염이 기승을 부린 2일 횡성 갈풍리 한우축사 그늘막 아래 온도가 43도를 가리키는 가운데 소들이 무더위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김명준
▲ 연이은 폭염이 기승을 부린 2일 횡성 갈풍리 한우축사 그늘막 아래 온도가 43도를 가리키는 가운데 소들이 무더위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김명준

“폭염 때문에 한우 키우기가 힘든 적은 35년 농장 하면서 처음 입니다.”

이틀 연속 횡성의 낮 최고기온이 40도를 넘는 불볕더위가 지속되자 대한민국 대표브랜드인 명품 횡성 한우를 지키기 위한 눈물 겨운 사투가 벌어지고 있다.2일 오전 11시 30분쯤 횡성 횡성읍 갈풍리의 한 한우농가.35년째 한우농장을 운영하는 이동욱(59)씨는 깊은 한숨을 몰아쉬며 차광막을 설치하고 있다.농장 온도는 36도를 가르켰다.오후가 되면 농장 안은 40도를 훌쩍 넘는다.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흐르는 날씨에 소들은 눈만 말똥말똥 뜬 채 가만히 서 있기만 할 뿐이었다.곧 출하를 앞둔 800㎏에 육박한 숫소 비육우는 숨을 헉헉 쉬며 더위를 참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씨는 혹시 소의 건강상태에 이상이 있을까 차광막을 치고 지붕에 스프링클러를 달아 온도를 낮추기에 여염이 없었다.지난 주 부터 농장 온도가 40도가 넘는 심상치 않은 더위가 지속되자 이씨는 부랴부랴 차광막은 물론 지붕에 스프링클러는 추가설치했다.하지만 농가 온도는 5도 정도밖에 내려가지 않아 소들이 제대로 숨쉬며 사는 26~28도를 맞추기에는 역부족이다.

곧 있을 횡성한우 축제에 내놓을 한우를 선별해야 하지만 소 한 마리당 평소 10㎏의 여물을 먹어야하는데 최근 더위에 지친 소들이 7㎏도 채 먹지 않아 몸무게가 줄어 등급 하락에 큰 영향을 미칠까 걱정이 태산이다.최근에는 지하수도 고갈돼 스프링클러를 종일 작동하기도 힘들다.이씨는 “35년 한우농장을 운영하면서 폭염으로 소가 힘들어 하는 건 처음 봤다”며 “도와 군에서는 한 번도 나와 보지도 않고 뭐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이날 오후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횡성 시가지인 시외버스터미널과 횡성군청 앞은 걸어 다니는 사람조차 찾기 어려웠다.횡성의 한 건설현장은 잠시 공사를 중단한 채 중장비만 덩그리니 놓여있었다.이날 횡성의 한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70대 노인들이 폭염에 놓아둔 얼음이 신기한 듯 손으로 만지며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여름 휴가철 특수를 기대한 한우 전문 식당은 폭염 때문인지 점심시간인데도 한산했다.지난해 여름 휴가철에는 식당 주변에 차델곳이 없어 번호표를 뽑아 놓고 기다릴 정도로 장사가 잘됐지만 이제는 손님보다 직원들이 더 많다.이 식당의 매출도 작년보다 30% 가량 줄어들었다.주인 최모(45)씨는 “여름 휴가철을 맞아 장사가 잘 될 줄 알고 아르바이트생 2명을 고용했는데 사람이 너무 없어 내보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강원기상청 관계자는 “횡성이 더이상 기온이 오르는 일은 없을 것 같다”며 “3일 부터 낮 최고기온이 점차 떨어질 예정이다”고 말했다.한편 2일 횡성의 낮 최고기온은 40도를 기록했다. 한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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