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 모를 폭염 애타는 농심
정선 7만㎡ 출하 앞두고 피해
강릉· 삼척 등 고랭지농가도
적정 기온보다 10도 이상 높아
작물 녹아 내리고 더디게 자라
“계약재배비 7000만원 돌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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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아버린 배추밭 배추가 폭염에 형체도 없이 썩고 녹아 내렸다.정선군 임계면 반천리 강금자 씨는 8월들어 2만평,22만포기 배추 수확을 결국 포기했다.
“배추 22만포기가 거의 형체도 없이 녹아 내리니 속이 타들어 갑니다.”

정선군 임계면 반천리 강금자(61·여) 씨는 2만평 배추 수확을 8월들어 결국 포기했다.지난 5월에 배추 22만포기를 심어 애지중지 키워 7월말 출하할 예정이었으나 사상 유례없는 폭염이 고랭지를 짓누르면서 배추 속이 썩고 물러 수확이 불가능해졌다.강 씨는 “배추를 다 키워 주는 조건으로 계약재배를 했는데 수확할 배추가 없으니 그동안 받은 비용 7000만원을 고스란히 되돌려줬다”며 “소소한 경비까지 더하면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 1년 노력이 완전히 물거품이 됐다”고 한숨을 토했다.강 씨는 2일 배추 밭을 갈아엎고 일명 로타리 작업을 했다.10월 말에 수확하는 김장 배추를 다시 심어 볼 생각이다.그러나 날로 기세를 더하는 폭염 때문에 배추를 다시 심는 것도 겁이 난다.“배추 심었다가 비가 안오고 폭염이 길어지면 결국 다 말라 죽어버릴텐데∼”하는 걱정이 더 크기 때문이다.그렇다고 배추 심는 것을 더 늦추면 나중에 수확기에 추위 때문에 배추 속이 안차는 또다른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진퇴양난 처지다.강 씨는 “4000평 고추밭은 근근히 버텨왔는데,이제는 고추도 황토빛 점이 박히면서 햇볕에 덴 상처가 완연해지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강릉시 왕산면과 삼척시 하장면,정선군 임계면,평창군 대관령면 등 국내 대표 고랭지 배추 농가들은 요즘 거의 예외없이 폭염과 악몽 같은 사투를 벌이고 있다.삼척시 하장면 숙암리에서 6만평 밭에 배추를 재배하고 있는 이도호(58)씨는 “매일 날밤을 새면서 전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이 씨는 “알백이 배추를 서울 가락시장에 출하하고 있는데,상품성을 지키기 위해 스프링클러를 풀가동하고,뜨거운 낮을 피해 야밤에 외국인을 포함 인력 10여명을 투입해 골 밭에 물을 주는 작업을 하다보면 하룻밤 경비가 150만원이나 사라진다”고 말했다.이 씨는 “고랭지배추 재배 적정기온이 23∼24도인데,10도 이상 높은 비정상이 연일 반복되니 어떻게 견디겠냐”며 “배추 크기가 작아지고,병해충에 시달리고,생육이 늦어진 배추가 8월 말∼9월 초에 홍수 출하될 우려도 커 3중고 상황”이라고 걱정했다.

강원도 고랭지 무배추 생산자협의회 김시갑 회장(66·강릉시 왕산면 대기리 안반데기)은 “폭염 때문에 생육저하,작황 부진 등의 피해가 고랭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고,조기 출하를 해야하는 일부 농가들은 벌써 무너지고 있다”며 “50년 농사에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최동열 dychoi@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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