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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시내에서 30분 거리의 시골로 거처를 옮긴 지인이 얼마 전 벌에 쏘이는 봉변을 당했다.밤 시간대에 방안까지 들어온 벌이 팔과 허벅지 쪽을 쏘고 달아났다.며칠 째 팔다리가 퉁퉁 붓고 통증이 가라앉지 않아 병원을 찾아 주사를 맞고 처치를 받았다.열흘 이상 낮 기온이 40도에 가까운 더위가 이어져 모두가 지쳐가는 때다.이런 때 벌까지 쏘여 고생이다 싶었지만 어디대고 하소연조차 할 수 없는 게 이런 일이다.

올 여름의 길고 혹독한 무더위가 세상의 풍속도를 바꿔 놓고 있다.한 여름 북적대던 동해안 해수욕장들이 한산하고 장사도 덜 된다고 한다.적당히 더워야 움직일 마음도 생기고 바다도 찾게 되는 것이다.멀리 가기보다는 냉방이 잘 된 백화점이나 유통매장이 새로운 피서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누가 일부러 교통정리를 한 것도 아니지만 이 여름의 날씨가 그렇게 새로운 흐름을 만들고 풍속도를 그려내는 것이리라.

지인이 벌에 쏘인 것도 어쩌면 끝이 보이지 않는 불볕더위가 만들어낸 사고(?)일 것이다.한여름의 무더위가 벌들에게는 더없이 번성하기 좋은 여건이고 이맘때 한바탕 벌과의 전쟁을 치르는 것이 통과의례다.그러나 올해는 그 정도가 예년과는 다르다고 한다.무더위가 더한 만큼 말벌의 기세가 더 심하다는 것이다.기록적인 더위 때문에 제철의 모기가 눈에 띄게 줄어든 반면 말벌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서식환경이 되면 말벌이 사는 곳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최근에는 눈에 잘 띄지 않는 아파트 외벽 난간 같은 곳에 집을 짓고 빠른 속도로 덩치를 키워간다.자칫 하다간 언제 어디서 공격을 받을지 모른다.말벌은 독성이 강해 잘못 쏘이면 목숨을 잃을 만큼 치명적이라는 점에서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야외활동을 할 때는 벌집 유무를 확인하고 향수와 화장품,스프레이 같은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모기가 없어 지낼만하다 싶으면 벌떼가 공격한다.자연이 그렇고 세상사가 다 그렇다.이런 조화를 누가 거스르랴.다행히 부은 자리가 가라앉고 통증도 사라지면서 며칠 만에 정상을 회복했다고 한다.그가 사는 곳은 문만 열면 앞뒤로 산이 있고 작은 하천이 흐른다.도심을 떠나는데 득실이 있을 것이다.텃밭을 가꾸고 늘 이런 풍경을 접한다는 것은 얻은 것이다.벌에 쏘인 것은 그 대가를 조금 치른 것이 아닐까싶다.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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