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상봉 도내 대상자 7명
5만7000여명 추첨 100명만 선정
60여년전 생이별, 소식 듣지 못해
고령의 신청자 기약 없이 막막

“올해 106세를 맞았을 아버지 생사 확인이라도 했으면….”

지난 1950년 원산 폭격 때 북에 아버지를 두고 남한으로 내려온 최일선(83·여·속초)씨는 지난 3일 또 한번 눈물을 흘렸다.오는 20~26일 금강산에서 열리는 이산가족 상봉 명단에 자신의 이름이 없기 때문이다.최씨는 “아버지가 살아 계신다면 올해로 106세다”며 “생사확인만이라도 이뤄지길 바란다”고 눈물을 훔쳤다.16세 나이로 형제,자매들과 양양으로 피난을 온 최씨는 이산가족 상봉이 있을 때마다 신청을 했지만 번번히 탈락하는 아픔을 겪었다.그는 “‘집에 두고 온 짐만 챙겨서 곧 따라 가겠다’고 말한 아버지를 70년이 다되도록 만나지 못하고 있고,소식도 듣지 못하고 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화천에 살고 있는 호운학(88)씨도 이산가족 상봉자 명단이 발표된 뒤 눈시울을 붉혔다.황해도 송화군이 고향인 호씨는 1·4후퇴 당시 가족들과 헤어졌다.호씨의 어머지는 지난 1965년 노환으로 눈을 감았고,4년 후인 1969년 다른 가족들은 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갔다.그는 북한에 있는 사촌 형제들의 소식이라도 접하고 싶어 수년째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했지만 매번 탈락,기약없는 기다림에 애를 태우고 있다.

아흔을 바라보는 고령인 호씨는 이번을 마지막 기회라고 여겨 더욱더 상실감이 크다.그는 “북에 있는 사촌 형제들의 생사라도 확인할 수 있는 날이 오긴 하겠냐”며 “이제는 가족들에 대한 기억이 흐릿해지는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쉈다.대한적십자사는 상봉 후보자로 등록된 5만7000여명을 대상으로 1~3차 추첨을 거쳐 단 100명을 선정했다.도내 이산가족 중 선정된 인원은 7명이다.도 적십자 관계자는 “몇년 만에 진행되는 이산가족이다 보니 올해 정말 많은 이산가족 분들이 연락을 주셨다”며 “모든 이산가족분들이 상봉 대상자로 선정되지 못해 죄송한 마음뿐이다”고 말했다. 한귀섭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