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원동 강원대 교수
▲ 김원동 강원대 교수
연일 이어지는 폭염 공세로 힘들다.올 들어 더위를 부쩍 타는 게 어느새 나이 때문인가 싶어 이것저것 뒤져 봤더니 초강력 폭염을 우려하는 기사까지 눈에 띤다.유럽도 사상 최악의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지구온난화의 경고가 지구촌 곳곳에서 숨통을 조이는 현실로 우리 곁에 바짝 다가온 듯하다.날씨 탓인지 생뚱맞은 궁금증이 동시에 떠오른다.민선7기의 페달을 밟기 시작한 우리의 대표들은 이 더위에 어디에 관심을 쏟고 있을까? 자치단체장들의 임기가 2달째로 접어들었으니 취임 초의 통과의례들은 그런대로 마무리 되었을 테고,그렇다면 요즘 어떤 일들을 챙기고 있을까?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자신들이 내걸었던 공약일까? 꼬리를 물던 호기심이 이 지점에서 멈췄다.

주지하듯,6·13 지방선거는 전반적으로 정책이 실종된 선거였다는 게 중론이다.정부·여당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 분위기가 개별 지역의 이슈를 압도한 가운데 전국 유권자들의 표심을 사로잡았던 선거였기 때문이다.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작업,4·27 남북정상회담과 남북관계의 획기적인 개선 전망,보수야당의 존재감 상실 등이 뒤얽혀 만들어낸 결과였다.강원도 유권자들 또한 이번엔 예외가 아니었다.그러면 당선자들이 선거과정에서 그토록 드러내고 싶어 했던 지역공약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내친김에 강원도를 비롯한 18개 시·군 홈페이지를 살펴봤다.홈페이지에 민선6기의 공약 추진 사항을 올려둔 지자체는 강원도,원주,동해,철원,횡성,양양,화천 등이었다.자치단체장의 공약이행에 관해 가장 소상하게 소개하고 있는 곳은 강원도였다.강원도는 도지사 공약사업의 이행상황을 분기별로 공지해 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주민배심원단의 권고안을 게시해 두기도 했다.

민선6기의 공약추진상황에 대한 자료와는 달리 민선7기의 공약 내용을 홈페이지에 자세하게 올려 둔 지자체는 없었다.그나마 춘천이 3대 핵심공약과 함께 주요 세부 항목을 압축해 소개하고 있고,속초,고성,홍천,양양이 공약의 제목을 올려둔 정도였다.긍정적으로 생각해 보자면,당선자들이 선거 과정에서 제시했던 공약들을 세밀하게 다듬는 작업에는 이미 착수했다고 추정해 볼 수 있다.하지만 미진하게 공개하거나 못한 이유는 아직 후속 작업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그런 단계라면,이렇게 해 보면 어떨까?

먼저,주요 공약들을 몇 개의 범주로 나눈 뒤 사안의 성격을 고려해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다고 판단되는 시민들을 포함시킨 (가칭)공약시민검토단을 구성해 보자.공약시민검토단은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로부터 관련 자료를 제공받고 자문 의견을 청취한 후에 자료 검토와 상호토론을 거쳐 권고안을 도출해 지자체에 전달하기로 하자.권고안은 원안과 동일한 것이 될 수도 있고 수정,보완한 안이 될 수도 있다.물론 최종 결정은 대의제의 취지에 따라 행정 권력을 위임받은 자치단체장이 소관 업무를 맡은 공무원들과 협의해 내려야 한다.어떤 공약은 지방의원이나 중앙정부의 전향적인 협조도 구해야 한다.공약시민검토단의 안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리든 자지단체장은 그 내용과 이유 및 공약시민검토단의 운영 과정 일체를 홈페이지에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으로 하자.모든 공약에 대해 일일이 이런 절차를 거칠 수는 없기 때문에 사전 선별 작업도 필요할 것이다.분명한 것은 이러한 시민참여가 적어도 주요 공약에 대한 유권자의 공감뿐만 아니라 행정서비스의 품격을 높이고 지방정치의 민주화를 한 단계 더 성숙시키는 계기가 되리라는 점이다.수많은 시민들이 도청,시청,군청,주민센터에 모여 공약에 대해 열정적으로 토론하다보면,폭염의 기세도 잊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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