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현옥 한국여성수련원장
▲ 유현옥 한국여성수련원장
지구를 온통 다 태울 듯한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요즘,나의 일터에는 그 더위를 피해 휴가를 온 가족들로 연일 만원이다.수영복차림으로 건물 주변을 들락거리는 사람들의 표정은 환하 고 여유로운 걸음걸이다.간간이 아이들의 떼쓰는 소리도 들리고 잠시 엄마를 잃은 아이가 조금 겁먹은 듯 두리번거리지만 곧 엄마를 발견하고는 다시 평온하다.건강한 가족문화를 위해 매년 여름 운영하고 있는 ‘여름 가족휴양캠프-도시가 멈추는 곳’을 진행하면서 ‘가족이란 무엇일까?’하는 생각이 자주 드는 요즘이다.

우리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가족은 대부분 유아나 초등학교 자녀가 있는 부부로 구성되어있다.여기에 간간이 노부모들이 더해지곤 한다.프로그램은 대부분 아이들 중심이다.가족오락프로그램이 있고 시골 체험으로 계곡에서 물고기 잡기 놀이도 한다.플리마켓도 운영하는데 이것 역시 아이 중심으로 물건이 판매된다.무엇보다 내 눈에 들어오는 풍경은 아빠들의 노력이다.아이들에 솔선수범하여 물고기를 잡고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사진에 담으려고 종횡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빠’의 역할에 열중하는 그는 온전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걸까? 아이와 아내를 위해 노동을 하고 있는 건 아닌가? 궁금해진다.물론 엄마의 역할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단지 내가 많이 보아오지 못한 풍경이기에 더 시선이 머물 뿐.

부부가 중심을 이루고 아이가 하나 또는 둘을 둔 가정은 우리사회에서 가장 이상적인 가족구성이다.비혼도 많아지고 혼인을 해도 아이 낳기를 두려워하는 사회에서 내가 요즘 만끽하는 풍경은 아주 소중하다.하지만 시대의 변화에 따라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도 변해왔다.봉건사회의 가족,또는 가정은 조금 더 넓은 의미였다.서양의 가족(family) 개념은 한집안에 사는 인척,하인을 아우르는 라틴어 familia(가계,세대)에서 출발하였다고 한다.동양의 家(가) 역시 세대를 아우르는 개념이고 부계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사회·인문학자들은 오늘날과 같은 작은 혈연집단의 개념으로 축소된 것은 산업사회의 영향이라고 본다.자본주의가 형성되고 발전하면서 노동에 참여하는 경제적 단위,생산단위 개념으로 의미화 되었고,일과 가정(가족)으로 구분 되었다는 것이다.전통사회로부터 단절되며 생산을 위한 최소단위로서 근대가정인 핵가족이 탄생한 것이다.산업사회를 넘어 새로운 사회로 접어든 요즘,가장 이상적인 구성원으로 여기는 가족의 휴가를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그 이유는 얼마 전 인문강좌에서 우리시대 가족의 실상이 얼마나 모순덩어리이고,지속가능이 어려운 틀인지를 논의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결혼에 대한 가치가 달라지고,1인 가구가 늘고 있다.그리고 다양한 형태의 동거를 이루는 새로운 가족이 탄생하고 있다.가족의 개념이 새로이 바뀌고 있는 과정이다.어디 가족뿐일까? 가치관의 변화를 전방위적으로 경험하고 있는 요즘이다.때로는 혼란스럽다.전통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나를 종종 발견하곤 한다.생각 따로 행동 따로 일 때도 많다.하지만 그 변화의 흐름을 놓치지는 않으려고 애를 쓰는 중이다.

가족휴양프로그램이 10년간 운영되었다고 한다.그래서 고민 중이다.‘가족의 개념이 변하고 있는 시대에 새로운 10년의 가족 프로그램이 필요하지 않을까,그 키워드는 무엇일까,이 프로그램이 끝날 무렵이면 나는 그 답을 찾을 수 있을까?’

가족들의 놀이모습을 보며 자주 생각에 빠지곤 한다.나부터 우리가족과 새로운 모습으로 휴가를 시도해보아야겠다.늦은 여름휴가를 구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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