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서지역 한달째 찔끔 비
농지마다 수분기 없이 푸석
생육부진 농작물 갈아엎어

▲ 계속되는 폭염에 가뭄까지 겹치면서 콩줄기가 말라 비틀어지자  9일 춘천 동내면 한 콩밭에서 농민이 예초기로  줄기제거 작업을 벌이고 있다. 박상동
▲ 계속되는 폭염에 가뭄까지 겹치면서 콩줄기가 말라 비틀어지자 9일 춘천 동내면 한 콩밭에서 농민이 예초기로 줄기제거 작업을 벌이고 있다. 박상동
영서지역을 중심으로 폭염 속에 비다운 비가 내리지 않는 날이 한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농작물 생육이 부진해 밭을 갈어엎는 등 농민들의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9일 오전 춘천 동내면 사암리 일대.3305.7㎡(1000평) 면적의 콩밭에서 예초기를 멘 농민 변모(49)씨가 줄기제거 작업에 한창이다.이곳은 2~3주전만 해도 지난 6월 심은 콩이 줄기를 뻗어나가며 성장하고 있었지만 계속되는 폭염에 가뭄까지 겹치면서 콩 줄기는 말라 비틀어졌고,바닥은 수분기가 하나도 없는 황무지로 변했다.급기야 최근 시듦 현상까지 발생하자 이를 보다못한 변씨는 이날 예초기를 이용해 줄기를 모두 베어버렸다.변씨는 올해 밭농사를 포기하고 이번 주말 트랙터를 이용해 밭을 갈아엎기로 결심했다.

춘천에는 지난달 12일 이후 27일 동안 비가 내리지 않았다.지난 8~9일 50㎜ 가량의 비가 내렸지만 메마른 대지를 적시는 수준으로 해갈에는 턱없이 부족했다.변씨는 “한달 가까이 이어진 폭염과 가뭄에 콩잎이 생기를 잃고 힘없이 말라 죽었다”며 “애써 지은 농사인데 품값도 못 건지게 됐다”고 말했다.

다른지역은 상황이 더 심각해 홍천은 28일 동안 비가 내리지 않다가 9일 6㎜가량의 소나기가 내린 게 전부다.원주지역도 같은기간 총 3차례의 비가 내려 10.7㎜의 누적 강수량을 기록했다.

농업용수도 메말라가고 있다.이날 기준 도내 저수지 저수율은 78.2%로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이지만 장마가 짧았고 이후 오랜기간 비가 오지 않다보니 대지에 수분이 부족해 영농 현장에서는 용수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철원 하갈 저수지의 저수율은 평년(79.7%)보다 41.3%p나 낮은 38.4%에 불과하며,고성 송강저수지는 45.6%(평년 71.5%),횡성 추동저수지 55.6%(평년 97.9%) 등 농업용수 공급에 지장이 없는 수준(저수율 70%이상)에도 못미치는 곳이 28곳이나 된다.

한편 이날까지 집계된 도내 농작물 피해 면적은 과수 1.5㏊,채소 14.7㏊,전작 7.2㏊,특작 53.5㏊ 등 총 109.9㏊이다. 이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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