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오현 스님 추모집 ‘ 아득한 성자’
대표 선시조 12편+해설 수록
한국 선시사 새 형식 개척
‘아지랑이’ 허상 같은 삶 노래

불교문학에 큰 족적을 남기고 지난 5월 입적한 설악 조오현 큰스님의 선시조들이 추모집을 통해 재조명되고 있다.

배우식 시조시인과 강규 시인,김형중 문학평론가(동국대 부속여중 교장)는 최근 속초 신흥사 조실 설악당 무산 대종사를 기리는 추모집을 한정본으로 출간했다.

추모집은 필자들의 추모시와 추모사에 이어 큰스님의 대표적인 선시조 12편이 해설과 함께 소개된다.또 스님의 문학세계를 재조명하며 애도의 글과 함께 선시조를 향한 문인들의 계승의지를 담았다.책 제목은 오현스님의 대표시이자 2007년 제19회 정지용문학상 수상 시집명에서 따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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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한정본으로 출간된 조오현 스님의 추모집 ‘아득한 성자’.
김형중 평론가는 추모집에서 “스님의 ‘아득한 성자’는 한국 선시사(禪詩史)에 새로운 시형식을 개척한 혁명이자 하나의 돌파였다”며 “아무도 감히 시도할 수 없었던 새로운 경지의 선시 형식의 모형을 개척했다”고 평가했다.이어 “‘아득한 성자’가 하루살이의 삶을 통해 인생의 무상함을 일개워준 시라면,중·고교 교과서에도 수록된 공초 문학상 수상작인 ‘아지랑이’는 실체가 없는 허상인 아지랑이를 쫓아 헤매는 부질없는 인생을 읊은 깨달음의 노래이다”고 설명했다.

‘하루라도 오늘 오늘이라는 이 하루에/뜨는 해도 다 보고 지는 해도 다 보았다고/더 이상 더 볼 것 없다고/알 까고 죽는 하루살이 떼’(‘아득한 성자’ 중)

‘나아갈 길이 없다 물러설 길도 없다/둘러봐야 사방은 허공 끝없는 낭떠러지/우습다/내 평생 헤매어 찾아온 곳이 절벽이라니’(‘아지랑이’ 중)

‘그 옛날 천하장수가/천하를 다 들었다 다 놓아도//빛깔도 향기도/모양도 없는//그 마음 하나는 끝내/들지도 놓지도 못했다더라’(‘마음 하나’중)

이 밖에 ‘취모검 날끝에’ ‘내가 죽어 보는 날’ 등 스님의 대표 한글선시 속에 표현된 가르침과 감동이 이번 추모집을 통해 심오한 깨달음의 시간으로 다가온다.

필자들은 “오현 큰 스님은 가실 때를 미리 아셨다.절 안과 바깥의 구분 없이 법연으로 확장하며 수많은 제자와 친구,아버지,할아버지의 모습으로 현현하셨다”며 “현대문학사에 지울 수 없는 발자취를 남긴 스님의 문학세계를 조금이나마 간직해 보기 위해 추모집을 발간했다”고 말했다.

박창현 chpark@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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