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인쇄박물관 개관 3주년
김소월·윤동주 시집 3권 출간
활판인쇄 옛 감성·깊이 담겨

김소월의 ‘진달래꽃’,윤동주의 ‘서시’가 한글자 한글자 꾹꾹 눌러 찍은 활판인쇄로 돌아왔다.춘천시 신동면 금병산 자락에 위치한 책과인쇄박물관(관장 전용태)은 최근 개관3주년을 맞아 출판인쇄시장에서 사라진 활판인쇄기법으로 김소월 시집 ‘진달래꽃’ ‘못잊어’에 이어 윤동주 시인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등 총 3권의 시집을 출간해 출판업계와 독자들에게 옛 추억을 불어넣고 있다.

이번에 발행된 시집 3권은 한국인이 사랑하는 시인으로,순수한 민족적 감정과 정서를 노래한 김소월과 짧은 생애를 살면서 소녀같은 감수성과 삶에 대한 고뇌를 표현한 윤동주의 대표 시를 묶었다.시 한 구절 마다 활판인쇄의 특징인 오돌토돌한 깊이와 입체감이 느껴져 글을 썼을 당시의 시절을 되새길 수 있는 또다른 감흥을 전해주고 있다.

활판인쇄물은 활자를 하나하나 납물로 주조해 만들고 원고에 쓰일 활자를 찾아낸 뒤(문선),활자를 다시 인쇄판에 심는(조판) 고단하고 섬세한 작업을 거쳐 한 권의 책으로 빛을 보게 된다.1960~70년대 대다수의 책과 신문이 활판 인쇄됐으나 컴퓨터 등 새로운 인쇄기술이 등장하며 활판인쇄물은 점차 역사 속으로 점차 사라졌다.

▲ 전용태 책과인쇄박물관장이 최근 박물관 인쇄전시실에서 활판인쇄로 발간한 김소월과 윤동주 시집을 소개하고 있다.
▲ 전용태 책과인쇄박물관장이 최근 박물관 인쇄전시실에서 활판인쇄로 발간한 김소월과 윤동주 시집을 소개하고 있다.
전용태 관장은 사라진 활자와 활판인쇄를 복구,새로운 힘과 정서를 담은 시집으로 재발간했다.낱낱의 활자를 판에 얹어 잉크로 찍어낸 시집은 활자가 적을수록 더 큰 여백의 미를 선사한다.이들 책자는 마치 흰 종이 위에 힘껏 타자기를 두들겨 찍어낸 모양새다.여기에 정형화되지 않은 명조체가 더해져 활자의 깊이를 더하고 옛 감성을 되살린다.지금의 인쇄기법으로는 흉내낼 수 없는 고도의 작업,장인의 노고가 책자에 고스란히 담겼다.

전 관장은 “지난 2015년 활판인쇄의 가치복원을 목적으로 소장중인 활판장비를 총동원,70~80대 인쇄장인과 협력해 시집을 완성할 수 있었다”며 “최소 2000자 이상의 활자를 제작하고 활판 인쇄하기까지 꼬박 3년이 걸렸다”고 그 동안의 고충을 전했다.그는 또 “활판인쇄로 찍어낸 글들은 활자의 눌림에 따라 글자의 깊이나 무게감이 달라진다”며 “이 책자를 통해 젊은세대들이 활판인쇄 고유의 힘과 가치를 발견하기 바란다”고 전했다.김소월 시집 ‘진달래꽃’ ‘못잊어’,윤동주 시인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활판인쇄책자는 인터넷 서점을 비롯해 서울 교보,영풍문고 등에서 판매중이다.한편 지난 2015년 7월 개관한 ‘책과인쇄박물관’은 3층규모에 인쇄전시실과 고서 전시실,근현대 책 전시실로 나눠 국내·외에서 흔치않은 출판 관련 자료를 보유하고 있다. 남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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