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인지 모르고 헤어진 가족들
백발 성성한 노인되어 고향 행
처음이자 마지막 만남 준비

“돌아가신 부모님이 하늘에서 기뻐하실 모습이 눈에 선하네요."

19일 속초 한화리조트 이산가족 상봉 교육장에서 만난 양양이 고향인 이종권(85)씨는 살아생전 큰형님 손 한번 잡아보는 것이 소원이었던 부모님을 떠올렸다.일제시대 해군에 강제 징집돼 고초를 겪은 이씨의 형님은 광복 후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얼마 뒤 북강원 원산의 군관학교로 향했다.“형님이 원산으로 떠나실 때 제가 중학교 2학년 나이였는데 이제 얼굴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 나이가 됐네요.” 이 씨의 형님은 1995년 70세의 나이로 사망했다.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은 올해 50세의 조카.형님을 직접 만나지 못해 아쉽지만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조카와의 만남을 위해 이 씨는 가방에 옷,양말,영양제 등 선물을 가득 담았다.

평양이 고향인 김문용(95·춘천)씨는 몇 번의 고배 끝에 이산가족 상봉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얼마 후 북한의 막내동생이 건강이 좋지 않아 상봉장에 나오지 못한다는 연락을 받았다.“죽기 전에 막내동생 얼굴 한 번 보고 싶었는데 아쉽고 허탈하죠.그래도 고향 땅 밟을 생각하니 기분은 좋네요.” 비록 동생의 얼굴을 직접 보지는 못하지만 태어나서 처음 조카를 만날 생각에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인제군 서화면 천도리가 고향인 이금연(87·여·홍천)씨는 2년 전 북한에 남은 유일한 혈육이었던 동생 4명이 모두 세상을 떠났다.이 씨의 옆에는 가족들에게 줄 옷가지와 약품 등을 담은 캐리어가 놓여있었다.이 씨는 “동생들은 북측으로 먼저 올라가고 외사촌 동생과 뒤따라가겠다고 했는데 그게 마지막 모습이 될 줄은 몰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심민현·박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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