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일 전 강릉원주대 교수
▲ 김성일 전 강릉원주대 교수
최근 통계청의 사회동향 조사 결과에 의하면,가정에서 특히 맞벌이 부부의 경우에 육아와 가사의 지원을 시가(8%)보다는 처가에(19%) 훨씬 많이 의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아무래도 아이를 맡기며 이런 저런요구나 부탁을 하기에는 친정어머니가 편하기 때문이다.이에 따라 집에는 친정어머니의 출입이 잦고 때로는 상주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친정어머니가 집에 와 있으면 맞벌이 딸에게는 편리한 점이 많다.육아와 가사 만이 아니라 아이들 등하교와 학원 수강이나 장보기에도 도움을 받게 되어 직장 일에 마음 놓고 전념할 수 있다.또 시댁 식구들의 출입은 자연히 감소되는 반면에,친정 식구들의 왕래가 빈번해진다.따라서 아이들도 어릴 때부터 이모와 이종사촌들과 접촉이 잦아 자연스럽게 친근한 관계가 이어진다.고모들은 특별한 경우에만 대면하게 되어 사촌들 간에도 교류가 적고 성인이 된 후에도 접촉이 뜸해진다.아이들은 어머니와 가까운 친구들이나 이웃 아주머니들에게도 친근감을 느껴서 누구 이모라고 부른다.

이제는 어디서나 이모라는 말을 잘 듣게 된다.음식점에서 손님들을 응대하는 여성들이나 시장 아주머니들도 이모라고 부른다.이모라고 하면 누구를 지칭하는지 가끔 헷갈리기도 한다.이모는 타인에게 친근한 의미를 부여하는 여성의 칭호가 된 것이다.마치 여주인이나 여점원과 여성 고객들 간에 나이에 무관하게 서로 언니라고 부르는 것과 비슷하다.심지어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남의 귀여운 아이에게 열렬히 사랑을 쏟아붓는 가상의 이모인‘랜선이모’까지 등장하고 있다.

고모들이 듣기에는 서운할 수도 있는 현상이다.그러나 실제로 고모들은 조카를 대하는 태도가 이모들보다 무덤덤할 때가 많다.흔히 남매간보다 자매간이 더 친근하게 지내며,결혼 후에는 더욱 접촉이 잦게 되니 조카들도 고모보다는 이모를 더 가깝게 대할 수밖에 없다.주부들은 시누이가 되는 고모보다는 친정 식구인 이모가 더 친근하게 여겨지는 것이 당연하다.그 과정에서 남자들은 소외감을 느끼며 자기 집에 무상출입하는 이모들이 마음에 걸리는 경우도 있을지 모른다.그러나 남자들의 입장에서는 친가보다 처가에 치우치는 느낌을 갖게 되더라도 처가의 도움을 받고 있는 이상 감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