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한·아픔 털어낼 상봉 정례화 방안 구체화시켜야

이산가족 상봉단이 어제(20일) 동해선 남북출입사무소(CIQ)를 거쳐 금강산에 도착했다.이날 방북한 남측 이산가족 89명은 오는 22일까지 6차례에 걸쳐 북측 가족을 만난다.65~68년 만에 만나는 가족들이다.형제를 만나는 이들도 있지만 한 두 세대를 건너 뛰어 며느리와 손녀를 만나는 이산가족도 있다.이승과 저승으로 갈린 운명 때문에 반가움보다는 원통함이 분위기를 짓누를 수 있다.짧은 만남에 이은 긴 이별로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에 빠져드는 가족도 있을 것이다.지난 20차례의 이산가족행사를 통해 얻은 경험이자 교훈이다.이런 이벤트성 상봉행사를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자괴감이 든다.

상봉단에 포함되지 못한 이산가족의 절망과 아픔은 또 어떤가.실향민 1세대들은 모두 80을 넘긴 고령이다.그들에게 1회 100명 상봉은 고문 그 자체다.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정례화 하지 않고는 결코 해결할 수 없다.지난 1985년 이후 상봉을 신청한 남쪽 이산가족은 모두 13만2603명으로 이 가운데 7만5544명이 세상을 떠났다.생존해 있는 5만7059명에게 상봉의 기회가 주어질지도 여전히 미지수다.대다수가 고령인데다,매년 4000여 명이 세상을 떠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통탄할 일이다.남북은 이번 상봉을 계기로 보다 근본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

이번 상봉행사는 4·27판문점선언의 후속 조치다.남북 정상회담의 결과물로 지난 6월 열린 남북적십자회담을 통해 구체화 됐다.그러나 과거보다 진전된 내용은 크게 없다.단체상봉과 환영만찬,개별상봉,객실중식,단체상봉,작별상봉 및 공동중식 순서로 진행되는데 달라진 건 ‘객실 중식’ 뿐이다.2박3일 동안 6회,11시간에 걸쳐 만나지만 외부의 감시 없이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은 객실에서 점심을 먹는 1시간에 불과하다.이런 형식으로는 켜켜이 쌓인 한과 아픔을 털어 낼 수 없다.

판문점 선언의 실질적 이행을 위해서라도 이산가족 문제에 구체적이고 진전된 방안이 필요하다.규모를 확대하고,상봉을 정례화 시켜야 한다.남북 이산가족의 생사 확인 및 서신교환에 이어 자유 왕래를 허용하는 획기적인 방안이 나온다면 금상첨화다.금강산을 이산가족 상설면회소로 정한 뒤 상봉을 정례화 하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도 어렵지 않게 피할 수 있을 것이다.그래야 북한이 원하는 금상산관광문제도 풀릴 수 있다.정상회담과 문화·체육·경제교류도 중요하지만 이산가족의 한을 푸는 게 먼저다.이벤트성 상봉행사는 이번으로 끝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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