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제훈 가톨릭관동대 박물관 연구원
▲ 전제훈 가톨릭관동대 박물관 연구원
올여름 폭염만큼 한반도를 둘려 싼 동아시아 질서는 혼란스럽기만 하다.우리에게 이 혼란스러운 동아시아질서를 이끌어갈 어젠다(의제)는 없는가.조선 고종은 1897년 10월 조선 국호를 대한제국으로 바꾸고 광무라고 독자적인 연호를 사용하였다.고종황제가 이처럼 국호를 대한제국으로 바꾼 것은 동아시아질서를 대한국 중심으로 재편하려는데 그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고종은 원구단을 세우고 황제즉위식을 하면서 황제로 칭하고 독자적인 연호를 사용할 것을 하늘에 고한다(칭제건원).고종황제는 1899년 ‘준경묘영경묘영건청’을 설치하고 삼척 미로면에 있는 목조와 그의 부인 이 씨의 묘를 대대적으로 정비한다.그 뒤 준경(濬慶)·영경(永慶)이란 묘호를 내려 국릉으로 공식적으로 추봉하였다.

이를 통해 대한제국의 정통성과 황제국의 권위를 확립하는 표상으로 삼았다.이 두 묘에 대한 수호절차와 제향은 모두 나라에서 직접 거행하는 조칙을 내리고 수호절목을 정하여 정례화 한 것이다.이 때 국가에서 향과 축문을 내려 국행의례로 제도화된 청명제는 일제강점기 때에도 참봉 또는 감제라는 관리를 두어 끊임없이 이어져 온 것이 특징이다.1981년부터는 준경묘영경묘봉향회가 창립되어 현재까지 제향을 주관해 오고 있다.준경묘·영경묘 ‘국행청명제’ 전형이 실로 120년 동안 삼척지역에서만 유일하게 전승되고 있다.따라서 국행청명제는 지역의 대표성과 고유성을 지닌 독특한 문화유산이다.준경묘·영경묘 국행청명제는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의 5대조인 이양무 장군과 부인 이 씨에게 청명절에 올리는 절향제다.문화재청에서 2012년 삼척시 미로면에 있는 준경묘·영경묘를 조선왕조 태동지로서 역사성과 풍수지리 측면 등을 중요한 학술적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이에 따라 준경묘·영경묘 국행청명제는 사적 제524호로 지정한 국가사적에 올리는 제향이 되었다.고종 때 양묘 수축역사와 수호절목이 수록된 ‘준경묘영경묘영건청의궤’가 2016년 국가보물(제 1909-1호)로 지정되었다.또한 국행청명제는 고종황제의 충심과 효심이 서려있는 행사다.이에 충효사상을 높이고 추원보본의 인간윤리를 사회전반에 확산 시키는 교육 자료로서의 가치가 매우 높다.추원보본은 조상의 덕을 추모해서 제사에 정성을 다하고 자기가 태어난 근본을 잊지 않고 은혜를 갚음을 뜻한다.

국행청명제의 제관행렬은 제실에서 출발하여 준경묘까지 마을을 지나고 가파른 산길을 오르는 2.5㎞에 이르는 길을 걷는다.이 때 향축을 모시는 정성은 충심과 효심의 극치를 보여주는 내면적인 아름다움이 있다.제관들은 조선시대의 제도에 따라 신분별로 단학흉배흑단령과 무양흑단령,유복 등 각기 다른 형태의 제복을 착용하고 있어 조선시대 관리복식의 진수를 보여준다.이는 형식적 표현의 시각적 아름다움이다.국행청명제는 의식이나 사상적인 측면에서 문화재적 가치가 매우 높다.조선과 대한제국의 정체성이 인류를 사랑하는 애민의식과 인본의식에 있다.준경묘·영경묘 국행청명제의 충효사상과 추원보본의 인간윤리가 전환기 동아시아 질서 재편에 온고지신의 어젠다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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