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고리 펙과 오드리 헵번 주연의 영화 ‘로마의 휴일’만큼 사람들의 기억에 남은 영화도 드물다.1953년 제작돼 우리나라에는 1955년에 개봉된 이 영화는 세계인의 사랑을 받은 명작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왕실의 앤 공주(오드리 헵번)는 딱딱한 스케줄에 싫증을 느껴 거리로 뛰쳐나왔다가 조 브래들리(그레고리 펙)라는 신문기자를 만나면서 이 영화는 시작된다.

처음에는 그저 집 나온 여인인줄 알았던 사람이 한 나라의 공주임을 알아차린 이 신문기자는 특종을 위해 로마의 거리를 다니며 다양한 사진을 찍는데만 열중한다.하지만 앤 공주의 순수함에 마음이 흔들린 신문기자는 특종을 포기하고 공주를 궁으로 돌려보낸다.이들의 아름다운 로마의 휴일은 추억만을 남긴채 영화는 끝난다.

이 영화는 흑백으로 제작됐지만,1950년대 로마의 풍경과 오드리 헵번의 매력을 한껏 담고 있으면서도 아름다운 결말로 세계인의 사랑을 받았다.특히 앤 공주와 신문기자 조가 로마의 스페인 광장에서 이탈리아 아이스크림의 일종인 젤라또를 먹는 장면은 6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하는 이들이 많을 정도다.외출은 영화에서 처럼 공주의 외출이라고 특별한 것은 아니다.속박된 생활 가운데 주어지는 외출은 짜릿함과 설렘을 갖게 한다.

국방부는 어제(20일)부터 병사들의 평일 일과 후 외출제도를 시범 운영하기 시작했다.도내에서는 철원 3사단과 화천 7사단,인제 12사단,양구 21사단 그리고 동해의 해군 1함대 등 5개 부대가 대상이다.국방개혁 2.0의 일환으로 사회와의 소통창구를 넓히고 작전과 훈련준비를 위해 충분한 휴식을 보장하기 위해 평일 병사의 외출허용을 검토하겠다는 계획에 따른 것이다.

이에 대한 논란도 적지 않다.일과를 마쳤으면 자기계발과 군인의 사생활도 보장돼야 한다며 반기는 측과 병사들의 기강이 해이해져서 전투력을 약화시킬 수도 있다고 우려하는 측이 상존한다.그럼에도 접경지 주민들은 병사의 평일 외출 허용 시범운영에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여러 제약으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는 접경지역에 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병사들은 ‘로마의 휴일’을 꿈꾸며 외출에 나서고,접경지 주민들은 ‘병사들의 추억’을 위해 기다리고 있다.

천남수 사회조사연구소장 chonns@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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