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이후 도시를 떠나 농촌에 정착한 40~60대가 크게 늘었다.정부가 최근 발표한 귀농·귀촌 인구는 2013년 42만2770명에서 2015년 48만6638명,2017년 51만6817명으로 매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귀촌인구가 96.2%(49만7187명),귀농인구가 3.8%(1만9630명)으로 농사를 전업으로 하기보다는 ‘농촌에서의 삶’을 선택한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다.이들 대부분은 귀촌·귀농을 선택한 이유로 ‘갈등에서 벗어난 자유롭고 여유로운 삶’을 꼽는다.그러나 농촌 삶이 생각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지난 21일 경북 봉화군 소천면사무소에서 일어난 ‘70대 엽총 난사 사건’은 우발적 사건이 아니라 귀농·귀촌인의 사회 갈등 문제로 귀결된다.농촌사회가 그 심각성을 알면서도 쉬쉬했던 문제가 곪아 터진 것.실제로 많은 귀촌·귀농인들이 어려움을 호소한다.10명중 3명꼴로 이웃과 불화를 겪었다는 조사도 있다.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해 발간한 전국 귀농·귀촌인 정착실태 장기 추적조사에 따르면 응답자(복수응답) 637명 가운데 29.7%가 ‘마을사람과 인간관계 문제’로,23.3%가 ‘마을의 관행’ 때문에 갈등을 빚었다고 응답했다.10명 중 1명은 아예 농촌 부적응자가 됐을 정도.

귀촌·귀농인과 원주민의 갈등은 ‘역(逆) 귀농’으로 이어진다.농림축산식품부가 귀농·귀촌한 1000가구씩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도시로 U턴하는 ‘역 귀농’은 귀농인 4%,귀촌인 11.4%였다.소득 부족(37.8%)이 가장 큰 문제였지만 이웃과의 갈등과 고립감(16.9%) 때문에 농촌을 떠난 이들도 적지 않았다.갈등 이유로는 농촌사회와 문화에 대한 이해부족과 재산권 다툼,도시생활방식 고수 및 마을행사 불참 등이 꼽힌다.

평균 수명이 늘고,고령층의 탈 도시화가 지속되면서 귀농·귀촌인구는 더 늘어날 것이다.지자체의 정책도 다양해졌다.그러나 더 중요한 것이 귀농·귀촌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 해소와 중재 노력이다.단양군이 도입한 국민디자인제도와 홍천,가평군의 귀농·귀촌 멘토단 운영이 이와 무관치 않다.많은 사람들이 귀농·귀촌에 따른 사회적 갈등을 극복하지 않으면 제2,제3의 봉화사태는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이말을 새겨 듣고 농촌사회를 다시 생각할 때다.

강병로논설위원 brka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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