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학 원주 학성초교장
▲ 이재학 원주 학성초교장
지난 겨울방학 중 어느 날,동료 직원들과 점심식사 후 원주천을 끼고 학교로 돌아오는 길에 넓고 투다한 얼음판이 마치 유리 광장과도 같았다.강추위에 강물이 얼어 형성된 빙판이었다.어릴적(초등학교 시절) 너댓평되는 얼음판만 있어도 온 동네 아이들이 모여 놀기엔 가장 훌륭한 장소였다.새끼발가락이 동상에 걸려 썩어들어가는 줄도 모르고 놀던 그 시절의 놀이란 썰매타기,얼음축구,팽이치기 등등 짧은 하루 해가 야속하기만 했다.잠시 과거의 환상을 접고 옆에 있던 선생님께 “김선생님!지금 우리 학교의 아이들은 어디에 다 있는걸까요?” 돌아온 대답은 “글쎄요.집안에서 컴퓨터나 휴대폰 게임을 하고 있지 않을까요? 아니면 학원에 가 있겠지요?” 학교 옆 원주천의 유리알 같은 얼음 광장에 개미 한 마리 보이지 않는 것 자체가 아깝게 느껴질 정도였다.

동네 골목에서 숨박꼭질하고 고무줄 놀이하던 아이들,손바닥만한 공터에서 새낏줄로 얼기설기 감아서 만든 축구공 하나로 들썩이던 그 함성은 대체 어디로 사라진 걸까?“아이들은 놀기 위해서 세상에 온다” 했건만 대체 그 아이들은 어디서 놀고 있단 말인가.먹먹하다.제4차 혁명시대가 도래하는 시점에서 “놀자”를 강조하는 자체가 어불성설일 수 있겠지만 인간이 먼저이다.원초적인 이야기지만 학교는 인간을 만드는 곳이다.인간다운 인간을 말이다.어느 때부터인가 경쟁에 밀려 친구는 없고 오로지 나만을 위한 세상이 되고 말았다.친구들과 어울려 놀면서 배려하고 협동하는 놀이 문화가 점차 멀어져가면서 학생의 기초체력은 갈수록 저하되고,학교 폭력은 점점 더늘어나고 있다.세계에서 가장 낮은 청소년들의 행복지수.그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이다. 이젠 우리 모두가 나설 차례다.누군가에게 책임을 물을 일이 아니라 지금부터라도 사람다운 그리고 아이다운 인간교육을 작은 것부터 펼쳐야 한다.소위 교육을 설계하는 교육행정가,현장에서 실천하는 교육자 모두 자성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그리고 이에 대한 제도와 정책을 만들고 학교 현장에서는 실천에 옮기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다행히 강원도교육청에서 올해부터 정책사업으로 선정한 ‘놀이밥 100분 운동’이 그 시초가 되기를 바란다.미래를 책임질 우리 아이들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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