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26일까지 상봉 진행
남측 가족 337명 북측가족 만나
첫 상봉 전후 태풍 영향권 들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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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측 방문단 최고령인 강정옥(100·제주) 할머니가 23일 여동생을 만나는 심경을 밝히고 있다.
“태풍이 와도 가족 만나러 가는 의지는 꺾을 수 없어요.”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앞두고 속초로 집결한 2차 상봉단이 24일 금강산 일원에서 북측 가족들과 만난다.24일부터 26일까지 열리는 2차 상봉에서는 북측에서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한 83명과 동반 가족들이 남측 가족 337명과 상봉한다.남측 방문단은 24일 오전 9시쯤 속초에서 버스를 타고 출발,고성의 동해선 남북출입사무소(CIQ)를 거쳐 북측 통행검사소에서 심사를 받은 후 오후 1시쯤 금강산에 도착할 예정이다.2차 상봉은 24~26일 1차 상봉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상봉시간은 2박3일간 총 12시간이다.

이에 앞서 23일 오후 속초 한화리조트에 모인 남측 이산가족들은 상봉단 등록을 마치고 방북교육을 받는 등 금강산으로 향할 채비를 마쳤다.이날 속초지역은 태풍의 영향으로 하늘에 먹구름이 가득 끼어있고 바람도 제법 강하게 불었지만 저마다 가슴 저미는 사연을 안은 남측 방문단들은 공식 접수 시간인 오후 2시보다 훨씬 앞선 이른 아침부터 살아생전 혈육을 곧 만날 수 있다는 부푼 마음을 갖고 속속 집결했다.

▲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차를 하루 앞둔 23일 오후 속초 한화리조트에서 남측 방문단의 장구봉(82·속초)씨와 가족들이 등록을 하고 있다.
▲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차를 하루 앞둔 23일 오후 속초 한화리조트에서 남측 방문단의 장구봉(82·속초)씨와 가족들이 등록을 하고 있다.
일부 방문단은 혹여나 태풍으로 속초행에 차질이 빚어질까 우려해 전날인 22일부터 속초를 방문,여유롭게 등록을 마쳤다.고령의 방문자들은 휠체어에 의지하고 있었지만 혈육을 꼭 만나겠다는 강한 의지를 꺾을 순 없었다.방문단들의 손에는 북에 있는 가족들에게 줄 의약품과 옷,생필품 등 선물이 가득 담긴 가방이 여러 개씩 들려 있었다.

한국전쟁 당시 헤어진 형 장운봉(86)씨의 신청으로 이번 상봉단에 포함된 장구봉(82·속초)씨는 “처음 형님의 생존 소식을 들었을 때는 한동안 정신이 멍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형님이 어떻게 변했을까,가족은 어떻게 될까,별의별 상상에 잠도 제대로 못잤다”고 웃었다.장 씨는 이번 상봉에 거동이 불편한 누나 장순봉(90·속초)씨와 함께 금강산으로 향한다.1·4후퇴 당시 월북했던 당숙부를 만나게 된 이기성(83·속초)씨는 “어린 나이에 헤어졌는데 기억을 해준 당숙부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며 “형과 누나들의 소식도 함께 물어볼 계획”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한편 통일부는 23일 태풍 ‘솔릭’의 한반도 상륙에도 현재로서는 2차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현재 남북은 일정대로 행사를 준비하고 있으며,안전관리와 시설점검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하지만 상봉단에 80대 이상 고령자가 많아 안전사고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기상청의 예보대로라면 태풍 ‘솔릭’은 남측 방북단이 금강산에 도착해 첫 상봉을 전후하고 있을 시점에 금강산 지역에 영향권을 둘 것으로 보인다.통일부 당국자는 “상봉자들이 버스에서 내려 이동하는 등의 상황에서 지원 인력들이 더욱 세심하게 챙길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주석·이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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