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단없는 남북 체육교류 미래세대에 물려줘야”

남북체육교류협회 김경성 이사장은 지난 해 12월 중국 쿤밍(昆明)에서 열린 아리스포츠컵 국제유소년(U-15)축구대회에서 최문순 지사와 함께 북측 체육계 인사들을 만나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논의했다.또한 지난 15~18일 평양에서 열린 제4회 대회를 통해 강원도의 남북교류사업을 지원하기도 했다.

김경성 남북체육교류협회 이사장은 남북 공식채널이 무너지고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높았던 당시에도 북측 땅을 밟았다.1년에 10번 이상 북측을 오갈 때도 있었다.수차례의 방북길,그의 곁에는 항상 축구공이 있었다.김 이사장은 남북 경계선을 넘나들때마다 ‘평화’,그리고 ‘중단없는 남북체육교류’를 갈망했다.평화의 축구공이 남북 선수들의 발에서 발로 옮겨져 한반도 평화를 만들어 주기를 염원했다.

남북체육교류를 통한 평화 가치 확산.김 이사장의 꿈이다.1990년대 금융보험서비스업체를 운영하며 큰 돈을 벌었을 때만해도 축구와 남북체육교류라는 단어는 그에게 낯설었다.그러던 중,김 이사장은 2002년 한일월드컵을 기점으로 축구계와 인연을 맺으며 포천축구센터 이사장을 맡고 중국 훙타스포츠클럽 축구장을 빌려 전지훈련 사업을 시작하며 북측 축구계 관계자들과 접촉했다.

인생은 달라졌다.우여곡절도 많았다.보수정권 10년,그는 북한과 친밀한 인사로 낙인 찍혀 정신적 고통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2008년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을 시작으로 2009년 북한의 2차 핵실험과 이명박 정부의 남북교류 허용 중단,2010년 천안함 사건,장거리 로켓 발사로 인한 대북 제재까지 상황은 악화일로를 거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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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는 멈추지 않았다.남북체육교류협회는 2006~2018년 12년 동안 남북한에서 12차례,중국에서 8차례 등 남북축구교류를 했다.특히 지난 해 12월 중국 쿤밍(昆明)에서 열린 제3회 대회에서 김 이사장은 협회후원회장인 최문순 도지사와 함께 북측 체육계 인사들을 만나 평창올림픽 참가를 지속 요청했다.쿤밍 대회는 북측이 올림픽 참가를 전격 결정할 수 있도록 한 마중물 역할을 했다.캄캄한 터널을 지나 이제, 그가 그려왔던 꿈이 조금씩 선명해지고 있다.평창평화올림픽이 있었기에 가능했다.지난 겨울 평창에서 만들어진 평화는 올해 여름 평양까지 무사히 왔다.김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남북체육교류협회가 북측 4·25체육단과 함께 지난 15~18일 평양에서 주최·주관한 ‘제4회 아리스포츠컵 국제유소년(U-15)축구대회’는 매우 성공적이었다.평창 평화올림픽만큼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선사했다.남북 유소년들은 경기 후,손을 맞잡고 김일성 경기장 트랙을 함께 뛰었다.6만여명의 관중들은 12번째 선수였다.당시 경기장에는 북한 노래 ‘반갑습니다’가 울려퍼졌다.

주석단(주요 내빈석)에 자리한 김 이사장과 최 지사,문웅 4·25체육단장 등은 손을 맞잡았고 눈시울은 붉어졌다.4·25체육단 관계자들은 지난 18일 대회 폐막 후,김 이사장에게 귀엣말을 하며 그의 손을 더욱 굳게 잡았다.북측 인사들은 김 이사장에게 “가을이 왔다”라고 얘기했다고 한다.평양 현지에서 느낀 김 이사장에 대한 북측 인사들의 신뢰는 상당했다.평양 능라도에는 그의 이름을 딴 ‘김경성 체육인 초대소’까지 있었다.

▲ 김경성(오른쪽) 남북체육교류협회이사장이 제4회 아리스포츠컵 국제유소년(U-15)축구대회 개막전에 앞서 북측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 김경성(오른쪽) 남북체육교류협회이사장이 제4회 아리스포츠컵 국제유소년(U-15)축구대회 개막전에 앞서 북측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실향민의 아들이기도 한 김 이사장은 “한반도 평화와 남북 간 중단없는 체육교류가 평창올림픽을 발판으로 평양까지 왔다.이를 미래 세대에게 잘 물려줘야한다”며 “이번 대회가 4·27판문점 선언을 실천하며 남북 화해와 평화,종전선언으로 연결하는데 기여하기를 기원한다”고 했다.김 이사장은 이번 대규모 민간방북단의 방북 루트인 경의선 육로가 민간교류에 기폭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현 정부들어 최대규모(151명)로 구성된 방북단이 순수 민간교류로 경의선 육로를 이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김 이사장은 “서해육로를 대통령이 지나가는 길로 뚫었다면 일반인들의 기회는 없다”며 “4·27판문점 선언 후 특별한 목적의 교류로 서해 육로가 첫 개방됐다.남북을 가로막고 있는 DMZ를 통과,남북축구 꿈나무들이 경기를 펼친 것,대규모 민간방북단이 평양 현지에서 남북 교류현안을 논의하며 신뢰를 쌓은 시간은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고 했다.이어 “평화올림픽을 이끈 강원도,분단도인 강원도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할 역할이 많다.강원도를 위해서도 열심히 뛸 것”이라고 약속했다.

대회 성공개최 후에도 김 이사장은 여전히 쉴 틈이 없다.당장 제5회 대회(10월25일~11월3일)가 춘천에서 열린다.그리고 제6회 대회(내년 5월20일~29일)는 북강원도 원산 개최로 잠정 합의됐다.다만,원산 대회는 현지 축구경기장 건설이 여의치 않을 경우 당초대로 평양에서 열린다.이에 앞서 김 이사장은 내년 4월 평양에서 열리는 만경대상국제마라톤대회에 동호인들을 참여시킬 계획이다.

또 북한 축구선수단의 K리그 입단 추진,대동강 체육기자재 공장에 스포츠 호텔 등 남북체육교류 활성화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 나선다.김 이사장은 “신뢰는 거대한 담론이 아니라 작은 실천으로 쌓여지는 것”이라며 “중단없는 남북체육교류가 2021동계아시안게임 남북공동유치,2030월드컵 남북공동개최까지 이어져 한반도 평화 번영 시대가 올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박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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