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이상 생이별을 하고 살아온 남북의 혈육이 다시 만났다.지난 20~22일,24~25일 각각 2박3일씩 두 차례의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진 것이다.이번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은 2015년 10월 이후 2년10개 월 만이다.각각 100명씩 남과 북의 이산가족을 찾는 방식으로 진행됐으나 각각 80여 가족이 실제로 만났다.이산가족이 고령인데다 지병 등으로 이마저 어렵게 된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생사조차 모르고 살아온 이산가족이 이렇게라도 만난 것은 다행이지만 이번 상봉과정에서 이 문제가 얼마나 화급한 것인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지난 3월말 현재 통일부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등록된 이산가족은 모두 13만1531명이다.그러나 이들 가운데 생존자는 5만7000여 명에 지나지 않는다.사망자가 생존자를 추월한 지 오래됐고 생존자 가운데 86.2%(4만9969명)가 70세 이상이라고 한다.

이산가족의 수에 비하면 각각 100명에게 주어진 기회는 ‘로또 당첨’이나 다름없다.지금까지 20여 차례의 상봉이 이뤄졌지만 이산의 한을 달래는 데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이산가족의 생사를 확인하고 실제로 만남으로 이어지는 것은 극소수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이번에도 500명의 예비후보에 포함되는데 100대 1의 관문을 통과해야 하고 이 가운데 5명에 1명꼴로 만남이 성사된 셈이다.

규모를 10배 늘려 매년 1000명의 상봉이 이뤄진다 해도 50년이 걸린다고 한다.그러나 시간이 기다려주지 않는다.이번 두 차례 상봉의 최고령자는 1차 때 북측 손녀를 만난 101세 백성규 할아버지,2차 상봉에선 85세 된 북의 여동생을 만난 100세의 강정화 할머니다.그나마 2차 상봉 때 건강문제로 2명이 중도에 돌아오는 일도 있었다.이산상봉이 직면한 가장 큰 장애물은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이다.

지난 4월 남북정상이 꽉 막힌 물꼬를 튼 것은 다행이지만 여기서 머물러선 안 된다.지난 연말을 생각하면 남북관계도,한반도정세도 큰 진전을 이뤘다.그러나 지금 일진일퇴를 거듭하며 속도를 못 낸다.남북의 결단만으로 할 수 있는 게 이산가족상봉이다.상설면회소를 설치하고 이산가족이 제한 없이 만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이 시간을 놓치면 더 큰 후회의 시간이 몰려올 것이다.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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