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태풍 ‘솔릭’만큼 경로가 많이 바뀐 예는 드물다.강력한 바람과 비를 동반한 중형급 태풍 솔릭은 한반도 상륙지점부터 수없이 오락가락했다.처음에는 목포였다가 군산으로,한 때는 충남 당진까지 북상하는 것으로 예측됐으나,정작 상륙한 곳은 당초 예상지점인 목포였다.이동속도도 변화무쌍했다.상륙 직전에는 사람이 걷는 속도인 시속 4km의 느림보를 하다가 한반도에 상륙해서는 시속 50km의 빠른 속도로 한반도를 빠져나갔다.

예측이 어려웠던 태풍 솔릭을 맞아 정부와 지자체는 대비에 만전을 기했다.국민들도 큰 피해없이 지나가길 기원했다.각 언론들도 앞다퉈 재난에 대비한 기상정보를 실시간 내보내면서 국민들의 태풍대비에 도움을 줬다.다행히 예상보다는 태풍의 위력이 약해졌고,이동경로도 인구가 집중돼 있는 수도권에서 벗어난 지점을 통과했다.인적,물적 피해가 예상보다는 적었다.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관련 방송과 분석을 보노라면 슬그머니 화가 나는 일도 적지 않았다.대표적으로 태풍이 수도권을 비껴가 다행이라는 투의 보도를 접할 때였다.물론 인구가 밀집돼 있는 수도권을 강력한 태풍이 쓸고 간다면 그 피해는 더 심각할 수도 있다.하지만 그렇다고 지방이라고 해서 피해가 그보다 못할 것이라고 예단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태풍으로 인한 피해는 수도권이나 비수도권이나 심각하기는 마찬가지기 때문이다.이렇게 태풍이 수도권이 비껴가게 됐다는 사실을 낭보인냥 보도하는 일부 언론의 태도는 여전히 중앙집중,수도권 중심의 인식이 깔려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또한 태풍에 대한 언론의 보도양상을 두고도 뒷말이 적지 않다.태풍 솔릭이 북상할 때 소득 양극화 심화 등 경제문제가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시점에서 이 문제가 태풍 보도로 인해 묻히고 말았다는 논란이 일었다.태풍 보도가 부각되거나 혹은 축소된 것은 언론사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편집방향이 달랐다는 후일담이 이어진 것이다.이는 진영논리가 배경이 된 일종의 음모론에 다름 아니었다.

예측불허의 이동경로와 변화무쌍했던 이동속도로 국민의 가슴을 졸였던 태풍 ‘솔릭’은 중앙집중으로 인한 왜곡된 인식을 확인시키면서,우리 사회의 진영논리 문제까지 드러내며 한반도를 떠났다.

천남수 사회조사연구소장 chonns@kado.net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