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핸드폰에 낯선 전화번호가 떴다.“여보세요~.위원님 맞으시죠?접니다.00식당 하던…”.그였다.2~3년 전만해도 제법 장사가 잘됐던 음식점 주인.의례적인 인사 끝에 그는 새로 개업했으니 들러달라고 했다.그날 저녁 찾은 그의 가게 규모는 예전의 절반이 채 안됐고,종업원은 그와 그의 아내 둘 뿐이었다.아르바이트를 쓸 형편이 안 돼 일손이 달릴 때는 자녀들이 돕는다고 했다.“열심히 일하면 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그의 미래는 불안해 보였다.

어디 이 음식점뿐이랴.사방을 둘러보면 대부분이 가족경영 음식점이다.칼국수,짜장면,막국수,백반을 파는 집 상당수가 부부 또는 모자,모녀가 운영한다.종업원을 고용하는 식당은 장사가 되는 경우지만 자영업은 그 자체가 고육책.통계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음식·숙박업의 생존율이 특히 낮은데 1년 생존율은 59.5%,5년 생존율은 17.9%에 불과하다.가게 10곳이 문을 열면 그 중 4곳이 1년 내 문을 닫고,7곳 이상이 5년도 버티지 못하는 것이다.

물론 이 통계는 현 정부 이전(2015년)에 조사된 것이다.문제는 자영업자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불안감.이들은 올해 들어 체감경기가 더 나빠지고 노동 강도는 훨씬 세졌다고 호소한다.최저임금 인상으로 아르바이트를 쓰지 못하면서 근무시간이 길어진 것.이들에게 소득주도성장은 멀고 고단한 얘기로 들린다.사실 김대중 대통령의 지식경제와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를 이해한 사람이 얼마나 됐겠나.이 땅의 자영업자가 살아남으려면 ‘근면성실’ 외에는 답이 없으니….역대 정부가 그걸 깨우쳐 줬다.

소득주도 성장시대에 자영업자 폐업은 역대 최대 수치를 보이고,소득 격차는 더 넓게 벌어졌다.54조 원을 일자리 예산으로 썼는데 일자리는 늘지 않았다.오히려 지난달 5000개로 역대 최저 수준.영세업자들이 머리띠를 두르고 거리로 나오지만 정부는 통계청장을 자르면서 ‘My Way’를 고수한다.한 번쯤 귀 기울여 들을만한데 그렇지 않다.세종대왕은 국정철학으로 생생지락(生生之樂)을 자주 언급했다.‘국민들이 생업을 즐기며 행복하게 사는 세상’을 뜻한다.‘행복은 미래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에 있어야 한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그런데 현 정부는 참고 기다리라고 한다.아뿔싸,세월호 참사가 ‘기다리라’는 말에서 비롯됐는데….

강병로 논설위원 brka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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