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어리(sardine)는 노르웨이,스웨덴,핀란드 등 북유럽 해역에서 많이 잡히는 생선이다.북유럽 사람들에게 인기가 높은 정어리는 특히 식감이 좋은 활어상태에서 비싼 가격에 팔린다.하지만 과거에는 바다에서 잡은 정어리를 항구까지 옮기다보면 대부분 죽었다.그래서 당시 어부들은 어떻게 하면 정어리를 활어상태로 항구까지 무사히 가져가느냐가 중요했다.

당시 유일하게 정어리를 활어상태로 운반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는 노르웨이 어부가 있었다고 한다.끝까지 비법을 밝히지 않았던 그가 사망한 이후에야 알려진 그 비법은 의외로 간단했다.바로 정어리를 넣은 수족관에 메기(catfish)를 집어넣는 것이었다.정어리가 가득 담긴 수족관에 메기를 넣으면 많은 정어리가 잡아먹힐 것 같지만,오히려 생존을 위해 바삐 움직일 수밖에 없는 정어리들이 항구에 도착할 때까지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생존이 걸린 상황에 직면하면 미물조차도 최대한 잠재력을 발휘한다는 자연의 이치를 잘 나타낸 사례라고 알려진 얘기다.막강한 경쟁자의 존재가 다른 경쟁자의 잠재력을 끌어올린다는 이른바 ‘메기효과(catfish effect)’의 유래라고도 한다.영국의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가 “인류문명 발전의 원동력은 ‘도전과 응전’의 과정에서 비롯된다”고 한 것도 메기효과를 인용했다고 전해진다.

메기효과의 대표적 사례가 스웨덴 가구업체인 이케아의 국내진출 과정이었다.세계적 가구 브랜드인 이케아로 인해 국내 가구시장 상당부분을 잠식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는데,오히려 이케아의 국내상륙을 계기로 국내 업체들은 소비자 기호에 더 귀를 기울이게 되고 이를 통해 우려했던 시장잠식은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스웨덴 이케아가 자극제로 작용한 메기가 된 셈이다.

그런데 메기효과가 과학적으로 증명된바는 없다.포식자가 존재하면 그로인한 스트레스로 오히려 생존력이 더 떨어진다고 한다.강자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무기력에 빠지는 사례가 훨씬 많다는 것이다.이는 강자의 약자에 대한 억압을 합리화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제 풍요의 계절 가을의 길목이다.긴장과 생존의 대명사 메기효과는 잊고 여유와 기다림의 미학을 살려 배려와 나눔이 넘치는 가을을 되길 소망한다.

천남수 사회조사연구소장 chonns@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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