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미국유학시절 강의실 자리에 앉으면 동양인이 곁에 있는 것이 싫어 슬며시 다른 자리로 옮기는 백인학생들이 있었다.하긴 30여년전 그 시절 그들 눈에는 우리도 난민과 다름없어 보였을 것이다.박해받을 우려가 있어 국가를 떠난 사람을 난민으로 규정했을 때는 우리가 그 정의에 해당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당시 대한민국 인지도에 비춰볼 때는 우리도 미국에 신세지려는 난민쯤으로 느낌을 받았을 수 있겠다싶다.

장학금 받아가며 공부할 수 있었던 미국에 유학생 출신들은 빚진 마음 없지 않다.낯선 곳의 선처와 지역 주민들이 보듬어 주는 것이 감사한 것은 타국에 사는 사람들의 공통된 감정이다.이런 감사가 난민을 받아들이는 것에 찬성하는 동기는 될 수 없지만 개인적인 소회는 될 수 있을 듯하다.제주도에 밀려드는 난민 수용여부가 설전 중이다.난민을 무조건 받아들이던 메르켈총리가 지난 7월 난민은 망명신청을 한 최초 국가로 돌려보낸다는 송환에 동의한 것 만을 보더라도 난민문제는 난제임을 알 수 있다.

자국민의 안전 확보에 대한 우려도 십분 이해된다.그러나 국제사회의 역할기대도 그리고 우리의 경제적 입지도 난민을 무조건 배격할 입장은 아니라는 느낌도 설득력 있다.지난번 모 일간지가 성인 천여명에게 물었더니 난민찬성과 반대가 비슷했다.다만 난민을 이슬람계로 구체적으로 묘사한 질문에는 반대가 66.7%까지 증가했다.

난민수용반대청원에 대한 청와대의 답변은‘더욱 더 심사를 강화하겠다’는 것이었다.전 세계가 소통하는 세상의 흐름을 막을 수 없다면 난민문제는 범죄 가능성 있는 난민과 아닌 난민을 변별해내는 엄격한 심사만이 유일한 해법이다.

철저하고 섬세해야하는 난민심사가 전문성없이 행해지는 모양이다.통역 수준 담당자 자질 진술과 조서의 상이등 법무부 자체조사로 발견된 문제만도 상당수라는 것이다.잘못된 난민심사가 우려되는 것은 절대 허락해서는 안 되는 난민을 허락할 여지가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잘못된 판결은 난민에게는 운명을 가를 수 있고 우리에게는 목숨을 담보하는 일일수 있다.오판의 폐해가 꽤 큰 데 그 심각성이 주지되지 않으니 문제다. 조미현 기획출판부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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