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수사구조는 언제부터 이런 식으로 유지되었을까? 1894년 일제강점기 갑오개혁 때 효율적인 식민지 지배를 위한 일본사법체계가 그대로 넘어와 조선 총독부를 정점으로 검사와 사법경찰은 상명하복 체제를 유지하게 됐다.이렇듯 처음부터 잘못 자리 잡은 형사사법시스템은 시대가 변하고 민주주의가 세상 들녘에 그렇게 뿌려졌음에도 어디하나 변하지 않고 줄곧 이어져 왔다.1954년 형소법 제정 당시 검사출신 엄상섭 의원은 “장래에 있어서는 우리나라도 조만간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시키는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좋겠다” 라고 했는데 그 조만간이란 시간이 벌써 64년이나 흘렀다.아시아에서 민주주의가 가장 발전하고,세계적인 경제대국이 된 지금에도 우리나라 형사사법체계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국가의 권력을 입법·행정·사법으로 나누어 서로의 권력이 커지는 것을 견제하며 균형을 이루듯,형사사법체계도 이와 같이 수사(경찰), 기소(검찰), 재판(법원)으로 나누어 서로의 힘은 오롯이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지금보다 훨씬 건강하고 정의롭게 쓰여야 할 것이다.

경찰은 건국이후 계속하여 수사를 하여 왔음에도 불구하고 2011년 형소법 개정 당시,처음으로 경찰이 수사를 개시하고 진행할 수 있음을 법적으로 명문화했다.반면 검찰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진 상태에서 모든 수사를 지휘할 수 있음을 명문화했다.영국경찰의 사례를 보면 처음에는 수사와 기소를 모두 담당하다가 1985년 그 막강한 권한을 내려놓고,검찰이라는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 수사는 경찰,기소는 검찰이 하게끔 역할을 나누어 가졌다.대한민국은 세계 최고의 치안 강국임을 자랑한다.국민 모두 건강한 생각과 각종 치안 인프라가 사회 전반에 깔려 있었기에 가능하리라 생각된다.이러한 시스템 하에서 수사초기부터 책임감을 갖고 경찰 스스로 판단하며,조금 더 신속하고 공정하게 어떠한 외압에 굴하지 않는,좀 더 깊게 얘기하면 전관예우 따위에 휘둘리지 않는 수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못난 경찰관은 변명을 하고 훌륭한 경찰관은 설명을 하며,위대한 경찰관은 감동을 준다고 한다.이제는 경찰이 국민에게 감동까지 줄 수 있도록 끝까지 온전하게 수사를 종결할 수 있는 힘을 이번 수사구조개혁을 통해 이루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이영길· 강원경찰청 수사1계장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