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0년 보물이야기 있는 마을서 ‘ 놀멍 쉬멍 걸으멍’
조선시대부터 천연 돌염전 운영
언덕 위 ‘도대불’·저수지 둑방길
올레꾼·방문객들에 단연 인기
‘소금빌레’ 복원 문화전승 시도
선상낚시·카약 등 해양체험 진행

▲ ‘소금빌레’로 불리는 전국 유일 천연 돌염전에서 소금을 생산하는 모습.
▲ ‘소금빌레’로 불리는 전국 유일 천연 돌염전에서 소금을 생산하는 모습.

국내 어촌 성공사례<하>

제주시 서쪽인 애월읍에 위치한 구엄리 어촌체험마을(이하 구엄마을)은 반어·반농촌이다.이국적인 비취색 바다로 유명한 애월해변에 위치해 아름다운 해안선을 자랑하며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기암절벽 절경과 바다를 따라 이어진 해안도로가 여행객의 발길을 유혹한다.특히 천연 염전 시설인 돌염전 ‘소금빌레’가 450년 전부터 이어오고 있다.최근에는 선상낚시,투명 카약 등 각종 해양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해 제주의 신구 어촌문화를 한번에 느낄 수 있다.



▲ 제주 구엄마을 방문객을 반겨주는 물고기 모양 조형물.
▲ 제주 구엄마을 방문객을 반겨주는 물고기 모양 조형물.
■ 돌염전 소금빌레

구엄마을 포구에는 선조들이 돌염전으로 이용했던 평평한 천연암반이 있다.국내 유일의 돌염전이다.용암이 바다와 만나고 식으며 형성된 암반지대가 두꺼워지면서 파도가 올라오지 못했기 때문에 그 위에 바닷물을 길어 올려 소금을 생산하던 곳,이를 소금빌레라고 불렀다.1950년대까지는 이곳에서 생산되는 소금의 양이 1년에 17t에 이를 정도였지만 이후 육지에서 들어온 값싼 소금에 소금빌레의 명맥은 끊어졌다.소금빌레의 역사는 조선 명종 14년(1559년) 강려(姜麗) 목사가 부임하면서 시작됐다.바닷물로 햇볕을 이용해 소금을 제조하는 방법을 구엄마을에 보급했다.해수로 농사를 짓지 못하던 구엄마을 주민들은 생업의 터전으로 소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당시 소금밭 길이는 해안을 따라 300m까지 퍼졌으며 넓이는 약 4845㎡에 달했다.소금빌레에서 생산된 소금은 넓적하고 굵을 뿐만 아니라 맛과 색깔이 뛰어났다.최근 사라져 가는 소금빌레의 문화 전승을 위해 150㎡ 가량의 빌레가 복원됐다.



■ 고유 문화와 해안 절경 한번에 즐겨

바다위에 떠있는 섬 제주에는 당연히 바다와 관련된 문화가 많다.구엄마을 포구를 기준으로 왼쪽에 돌염전이 펼쳐져 있다면 반대쪽 언덕에 올라서면 도대불이 서 있다.제주도에서는 예로부터 밤에 배들이 무사히 귀항할 수 있도록 도대불을 설치했다.현재의 등대인 원형인 셈으로 제주도에만 있는 해양 조형물이다.현재 많이 노후돼 있는 상태지만 돌로 쌓은 등대의 몸통만 보더라도 충분히 예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

또한 구엄마을은 올레 16코스에 포함돼 있다.소금빌레가 펼쳐진 구엄포구를 지나 봉긋하게 솟은 수산봉 둘레를 돌아 커다라 소나무가 지키고 있는 수산의 넓은 저수지 둑방길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숲길과 계곡길,마을길 등 이 올레 탐방객들에게는 또다른 명품 코스다.

이밖에도 구엄마을은 체험마을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놀멍 쉬멍 걸으멍’을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힐링 체험을 제공한다.청정바다에서 즐기는 선상낚시,갯바위 낚시,소라 잡기,공예,해녀 캐릭터 만들기 등은 관광객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 지난 5월에 처음으로 열린 구엄마을 소라잡기 축제에 4000여명이 참여했다.
▲ 지난 5월에 처음으로 열린 구엄마을 소라잡기 축제에 4000여명이 참여했다.

■ 현황 및 과제

구엄마을은 지난 2009년 해수부로부터 어촌체험마을로 지정됐다.당시 해수부로부터 5억여원의 사업비를 받아 어촌체험마을을 운영하기 위한 기본 시설이 조성됐다.사라져 가는 소금빌레의 문화 전승을 위해 150㎡가량을 복원했고 관광 안내센터와 주차장을 조성했다.또한 김찬수 어촌계장이 새롭게 부임한 2016년 이후 부터는 마을 방문객들을 위한 편의시설이 대폭 확충됐다.포구에 데크를 설치하면서 쉴공간을 조성했고 마을에서 조금이라도 소비를 시키기 위해 식당과 카페를 체험장 근처에서 운영을 시작했다.올해 5월에는 처음으로 소라잡기축제를 진행,이틀간 4000여명의 참여하는 등 제주의 인기 관광지로 자리매김 중이다.또한 어촌계원들을 대상으로 역량강화 교육에 적극 참여 시키는 등 주민 의식 개혁도 진행중이며 어촌계만이 아닌 마을 주민 전체가 참여할 수 있는 법인화도 준비하고 있다.법인화를 이룬 후에는 참여자들로 부터 투자를 받아 올레족을 겨냥한 족욕장도 설치하고 마을을 체계적으로 발전 시킬 마스터 플랜도 세울 계획이다.

그러나 과제도 있다.가장 큰 문제는 노령화다.마을의 상징인 ‘소금빌레’를 이어갈 엄쟁이(소금을 생산하는 사람)가 부족하다.마을의 유일한 엄쟁이의 연세는 어느덧 83세로 뒤를 이어갈 전승자가 시급하지만 마을의 젊은이 중 선뜻 소금빌레를 이어가겠다고 나서는 이가 없다.김찬수 계장은 “최근 제주해녀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것 처럼 국내에서 유일한 소금빌레 엄쟁이도 장인으로 지정하고 실질적인 지원을 통해 마을 고유문화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행정 지원도 절실하다.대부분의 국비지원 사업이 그렇듯 초기 기반시설 조성에만 예산이 지원됐을 뿐 관리와 운영은 오롯이 지자체와 마을주민 몫으로 미루기 때문이다.하지만 지자체는 예산을 이유로 선뜻 지원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김용덕 제주시 수산진흥팀장은 “어촌체험마을로 지정하고 처음 기본 시설 조성에만 국비가 지원되고 이후 지자체에 맡겨두는 상황인데 지자체의 재정자립도가 낮다보니 예산 지원 여력이 없다”며 “어촌체험마을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마을이 자립할 수 있도록 최소 5년정도는 국비가 지원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주석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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