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춘천박물관-오백나한상 전시회
영월 남면 창령사 절터 300여위 발굴
기존 나한상 대비 소박·투박한 인상
나한상 가치 공유 · 사색의 시간 제공
특별전시회 11월 25일까지 진행

영화와 음악,명상이나 사색 등 차분한 여행을 찾고 있다면 이번주말 국립춘천박물관을 나들이해보면 어떨까.국립춘천박물관(관장 김상태)이 그동안 유일하게 소장해온 유물 ‘창령사 나한상’을 공개하며 관람객과 나한상의 만남을 주선하고 있어 시선이 쏠리고 있다.불교의 성자이면서도 중생과 함께 호흡하는 소탈한 ‘나한’을 만나고,또 나를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전시가 펼쳐지는 춘천박물관으로 떠나보자.

박물관 2층 전시 유형별 3부로 구성
1부 설치미술·음향 활용 숲 분위기 연출
2부 미술사 의의·복원과정 등 학술 공간
3부 유리 전시관 없어 관람객 근접 교감


▲ 창령사 나한상 전시장.
▲ 창령사 나한상 전시장.
■ 당신의 마음을 닮은 얼굴-오백나한(羅漢)

불교의 번뇌를 끊고 깨달음을 얻은 500명의 성자,오백나한(羅漢).지난 2001년 터조차도 분명하지 않은 영월 남면의 한 땅 속에서 오백나한으로 추정되는 돌상이 대거 출토됐다.

발굴조사를 통해 이곳이 ‘창령사’라는 절터임이 확인됐고 이듬해 절터 곳곳에서 총 300여 위(位)의 나한상이 발굴됐다.화려한 칠을 입히거나 눈,코,입을 그려넣은 기존 나한상과는 달리 창령사 나한상은 소박하다 못해 순박하다.투박하고도 꾸밈이 없다.살며시 배어나오는 나한상의 미소는 편안함을 주고 때로는 깊은 사색을 끌어내는 힘이 있다.땅 속에 묻혀있거나 박물관이 소장만 하고 있을 수 없는 유물 중의 유물이다.국립춘천박물관은 창령사 나한상의 가치를 시민들과 함께 공유하기 위해 지난달 28일부터 특별전시회를 마련했다.오로지 나한상 홀로 주인공인 특별전시.‘창령사 터 오백나한-당신의 마음을 닮은 얼굴’.

박물관 2층에 오르면 100여 위의 나한상이 나란히 정면을 향해 관람객을 반긴다.원형이 잘 보존된 나한상과 일부 잘라지고 깍인 나한상을 복구해 전시대에 올렸다.‘승려 모습의 나한상’ ‘찬탄하는 나한상’ ‘바위 뒤에 앉은 나한상’ 등 평범한 돌상은 관람객과 만나 걸작이 된다.이번 창령사 나한상 특별전시는 크게 3부로 구성돼있다.1부는 설치미술가 김승영과 음향작가 오윤석이 협업해 만든 공간이다.바닥에 수천장의 벽돌을 깔고 벽돌 사이사이 푸른 이끼를 끼워넣었다.그 위에 바람소리 새소리를 얹어 고즈넉한 숲 속 분위기를 연출,이곳에 출토된 나한상이 힘을 보탠다.

전시된 숲길을 걸으며 웃고 화내고 찡그리는 여러 표정의 나한상을 만나다보면 어느새 전시는 2부로 넘어간다.2부는 공간을 분리,창령사 나한상에 대한 설명을 이어넣었다.학술공간과도 같은 이곳에서는 창령사 오백나한상의 미술사적 의의를 비롯해 나한상 복원과정 등 학문적 성과를 확인할 수 있다.중앙에는 푸른 잔디광장을 마련,관람객이 휴식하거나 요가와 명상 등 프로그램을 연계 진행하도록 구성했다.

이어 특별전시회 3부는 홍석창,최영식,이형재,최중갑 등 지역작가들이 참여,나한상을 주제로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기존 화려하고 독특한 작품전시들과 달리 관람객 동선을 고려해 나한상을 편안하게 배치했다.관람객과 더 가깝게 교감하라고 나한상을 유리 전시관 속에 들여넣지도 않았다.국립춘천박물관이 힘주어 선보이는 특별전시다운 모습이다.‘창령사 터 오백나한 특별전’은 나한을 만나며 결국에는 진정한 나를 만나는 사색의 여행이 된다.이번 전시는 11월 25일까지 이어진다.

남미영 onlyjhm@kado.net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